김강산 님 이야기
#하버드대 보다 가기 어려운 대학교.
#미네르바 대학을 두고 이런 기사나 소개글이 쏟아졌을 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정말? 세상에 그런 대학이 있다는 말이야? 하버드대에 합격하고도 #미네르바대학 을 가는 학생이 있다고? 정말?????
그런데 미네르바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을 만나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미네르바 대학이 하버드대보다 가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교육시스템 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네르바 대학이 무엇인가는 맨 하단 참조)
#카카오벤처스 에서 투자한 미네르바 대학,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졸업생과 재학생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일단 먼저 졸업생 #김강산 님(26)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강산님은 #민사고 를 졸업하고 영국 #캠브릿지 와 #UC버클리 등 유수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결국 미네르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평소 #항공우주 에 관심이 많았던 강산님은 대학 시절 #UN과 미 국부무 협력기관 등 1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인턴 경력을 쌓기도 했습니다.
Q. 김강산 님은 어떻게 미네르바 대학을 가게 되었나요?
A. 민사고에 다니면서 여러 해외학회나 캠프에 다닐 일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과학캠프에 갔는데 거기서 만난 아르헨티나 친구가 1년 뒤에 연락이 왔어요. 저에게 “내가 미네르바 대학에 합격했는데 너도 꼭 여기에 와야 한다. 너랑 취향이 정말 잘 맞는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무슨 소리야. 나는 이미 대학에 합격한 상태(영국 캠브릿지, 미국 UC 버클리 여러 명문대 합격증 받아 놓은 상황…)인 걸”이라고 했죠. 그랬더니 “시험 치는 건 무료니까 속는 셈 치고 일단 한 번 보라”는 거예요. 원래 퀴즈 풀고 문제 푸는 것 좋아하니까 재미로 시험을 봤죠. 그러고 시험 친 것도 잊고 있었는데 한 1~2주 뒤에 미네르바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 분이 연락이 온 거예요.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벤넬슨 이 지금 서울에 있는데 저와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냐고.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니었죠. 그냥 벤 넬슨이 지금 한국인데 당장 내일(ㅎㅎ) 점심 같이 먹자는 거였어요. ‘뭐지?’ 했지만 일단 점심을 먹겠다고 하고 벤 넬슨을 만났어요. 재미있게 얘기 나눴습니다. 시험이나 성적 이런 게 아니라 미네르바 대학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식사 도중 벤 넬슨이 저에게 “우리 대학에 딱 맞는 사람”이라며 내일자(?)로 티켓을 끊어줄 테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OT에 참석하라는 거예요(??). 제가 따로 합격메일이나 공지를 받은 건 아닌데 벤 넬슨이 저더러 ‘합격’이라며 직접 제가 학교 측에 메일을 보내 ‘나는 합격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라는 거예요(?ㅎㅎㅎ). 이 때만 해도 3년 전이니 미네르바 대학도 아직 엄격한 규칙 같은 건 없고 막 무언가를 만드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원래 학창시절부터 해외 컨퍼런스나 학회를 참석하기 위해 해외를 많이 다닌 터라 당장 내일 미국에 가는 게 저에게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Q. 그래서 하루만에 갑자기 미국 OT에 가게 된 건가요?
A. 부모님은 제가 미네르바 대학에 지원한 줄도 모르고 계셨어요. 제가 여기 OT 간다고 하니까 당황하셨죠. 제가 가보겠다고 하니까 그냥 가보기나 해보라고 하셔서 가게 됐습니다. 사실 제 합격 방식이 상당히 특이한 데다 미네르바 대학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보니 OT에 가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미네르바 대학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학교라는 걸 알았어요. 벤 넬슨으로부터 직접 합격 통보를 받고 다음날 미국에 왔는데 심지어 전산에는 제가 합격자 명단에 없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직접 묻고 따라다니면서 일주일 동안 OT 프로그램에 참여했죠. 사실 별 생각없이 왔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원래부터 스스로 프로젝트를 하고 뭔가 좀 특이한 활동하는 것도 즐겨했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았던 건 OT에서 만난 친구들이었어요. 이전에 내로라하는 컨퍼런스나 학회 같은 데 가서 똑똑한 친구들 많이 만났어요. 하지만 미네르바 OT에서 만난 친구들은 똑똑한 건 물론이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정직하고… 음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죠. 꿈을 갖고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떤 직업이나 꿈을 갖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겠다’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세계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진 친구들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살아가는 방식과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세상을 얼추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은 무언가 또 다른 경험이었어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데 진심이었다고나 할까요.
Q. 공부 잘하고 똑똑한 친구들 많이 봤을텐데 뭐가 달랐나요?
A. 열정이 더 분명했어요.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 많죠. 하지만 미네르바 친구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거야’ 라는 쪽이에요.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게 아니에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아무리 힘든 환경에서도 내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결국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태도였어요. 그래서 ‘아 내가 이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정했죠.
Q. 부모님이 반응은 어떠셨나요?
A. 집에 와서 미네르바 대학에 가야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놀라셨죠. 학교 설립 3년차에 졸업생도 없고 제가 졸업할 때까지 이 학교가 존재할지도 어떻게 아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죠. 그런 곳에 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미네르바 측에 연락해서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학교 측에서 연락이 와서 ‘부모님의 걱정은 알지만 너는 부모님과 다른 사람이고, 미네르바 대학은 다른 인재를 키우고 싶다. 단순히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게 아니라 너는 세상을 바꾸고 싶지 않니?’라며 저를 설득하더라고요. 한 달을 넘게 그렇게 연락이 왔던 것 같아요. 결국 이 학교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겨서 가봐야겠더라고요. 부모님께서는 “그럼 한 학기만 다니고 와라”고 하셨죠. 근데 그렇게 한 학기 다니고, 한 학기 더 다니고, 나중에 1년 더 다니고 하면서 졸업생이 된 거죠.
Q. 미네르바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A. 자율성과 진취성을 강조하는 커리큘럼이에요. 시험이 없어요. 소규모 수업, 토론식 수업이 많아요. 수업이 대체로 읽은 거리나 주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공부해 오게 해요. 그리고 원하는 만큼 스스로 공부해서 수업에서는 친구들과 토론을 하는 거죠.
Q. 한국 교육과 어떻게 다른가요?
A. 한국은 주입식 교육이에요. 대체로 시험으로 평가합니다. 지식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얼마나 잘 외우느냐고 중요해요. 극한으로 가면 지식 자체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어떻게 가르쳤는지, 선생님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 자체가 중요해져요. 진리보다 시험 점수를 위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한국식 교육이에요. 정답을 맞추려면 자신의 주관은 별로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미네르바 대학은 달랐어요. 답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항상 “그래서 네 생각은 뭐야?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봐요. 지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주제를 주만 던져줘요. 그리고 이것에 대해 원하는 만큼 공부하게 하고 거기에 대해 제 생각을 물어봐요. 물론 그 과정에서 무형의 압박이 엄청 주어지죠(ㅎㅎ). 일단 자기가 한 만큼 성장해 나가는 걸 느끼게 돼요.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방향을 찾고 나아가서 이것을 어떻게 응용할지를 두고 토론하고 대체로 이런 식으로 공부했어요.
미네르바는 시험이 없어요. 절대평가예요. 과제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게 전부예요. 토론하면서 발표한 것을 두고 1~5점 안에서 점수를 매깁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을 했을 때는 3점을 받아요. 만점을 못 받아요. 주어진 답 이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탄탄하게 투철시켰을 때에만 4점, 5점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경영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는데 정말 다양한 것을 공부했어요.
*미네르바 대학이란? (동아사이언스 기사 참조)
전통적인 대학의 특징인 물리적 캠퍼스, 도서관 및 강의실 공간, 전통적인 커리큘럼, 종신교수제 등이 없습니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 토론과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되며 세계 7개 도시 기숙사(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국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로스아이레스, 영국 런던, 대만 타이베이)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인문학, 계산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영학의 다섯 가지 전공이 있습니다.
김강산 님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미네르바 학교 생활과 코로나19 이후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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