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광섭 Jun 05. 2016

초속 5cm

어느 정도 속도로 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제 잠을 들기 전, 우연히 내 블로그 영화 게시판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올렸던 영화 내용을 보다가 멈추게 만든 영화 두 편이 있었다.

그래서 내일 일어나면 이 영화 중에서 한 편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속 5cm


2007년에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오랜만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그것을 먼저 보았다.


초속 5cm.

바로 벚꽃이 떨어질 때 꽃잎 속도를 말한다.

이 속도처럼 영화 전개는 매우 느린 만큼, 주인공들의 사랑도 느리면서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잊지 않는 영화 첫 장면이다.

영화 제목에서도 나오는 벚꽃이 초속 5cm 속도로 계속 떨어진다.

이 곳을 지나가는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초속 5cm의 의미를 알려주고,

내년 벚꽃이 떨어질 때에 만나자고 약속한다.

온통 분홍색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장면.

벚꽃의 분홍색 하면 따뜻함과 섬세함, 여성스러움이란 느낌이 같이 떠오른다.

그렇듯 영화는 1시간 넘게 어떠한 분위기로 영화가 이어질지 이 한 장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도서관 장면이다.

도서관 장면에서 이들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연인이 될 것이라고 암시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 책을 빌리려면 조그마한 종이에 언제 빌려간다고 썼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그 종이를 잘 살펴보면 나와 같은 책을 봤던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듯 영화에서도 이 장면을 그대로 묘사했다.

남녀가 비슷한 책을 빌려가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이미 묘한 공감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그렇게 연인이 되어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아니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 시퀀스가 가장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매우 먼 기차 여행을 결심한다.

때마침 내린 엄청난 폭설로 인해 그녀를 향해 가는 기차 속도는 점점 더 늦어진다.

남자는 약속시간보다 매우 늦게 도착할 것이 예상되자, 오히려 여자가 안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멈춰버린 기차 안에서 남자는 그동안 떨어져 있는 동안 미쳐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교차하게 된다.

그렇게 미안과 걱정을 마음속에 가득 가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한 장소에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여자 주인공.

남자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온 요리를 같이 나눠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사랑은 더 커져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편에서의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말을 하려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를 잡는 장면이다.

하지만 여자의 용기는 거기까지였다.

손으로 잡았지만 미처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놓아야만 했다.

짝사랑의 아픔을, 말 못 하는 사랑의 아픔이 느껴졌다.



영화는 영화 제목처럼 아주 천천히 하는 사랑의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이 연인을 통해서 사랑의 어려움도 동시에 표현한다.

또한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들의 꿈속에는 아직도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모습을 자꾸 꿈꾼다는 대사가 나온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도 어린 시절 첫사랑의 추억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지만,

남자는 인생의 무력감에 그 사랑을 먼저 놓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대사를 내 머릿속에 남기고 끝이 나게 만든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나의 그녀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해서 그녀를 만났을까?

우리의 사랑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나아가게 될까?

오늘따라 나도 그녀가 더욱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를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