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광섭 Oct 02. 2022

회사에서의 충성

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37번

군에서 내가 했던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했던 것은

바로 교육이었다.

교육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신교육



그래서 업무 명칭만 봐서는

아직도 저런 교육을 하나라는 생각도 들 것이고 

어떻게 보면 옛날에나 필요했던 것이지 지금도 필요한가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훈련병, 병사 그리고 초임 장교와 부사관들에게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단순 주입식 교육보다는

마음의 한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사례 중심의 교육을 많이 하였던 것 같다.

적당한 사례를 찾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하고 

거기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토리를 짜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줘도

그 순간에는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줄 수 있지만

진짜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 행동까지 바뀌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의 내면 깊숙한 생각까지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군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내가 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주자라는 마음을 바뀌게 되었다.




특히 정신교육의 주제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주제가


충성



이유는 매우 간단하였다.

병사이든 간부이든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은 와야 하는 곳이 군이기 때문이다.

그게 자발적으로 오든 어쩔 수 없이 오든

한 번에 들렀다가 가야 하는데

원해서 온 사람보다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충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다른 주제보다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 회사에서의 충성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시작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군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오는 경향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충성을 강요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회사, 즉 내가 다니는 직장도 동일하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해서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생계에 대한 유지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자의보다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있게 된다는 점이 비슷한 점이라고 생각 든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점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한다.

충성을 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군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 한다.


그러면 회사는 어디에 충성을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에게 월급을 주는 대표나 주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회사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대상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정확한 정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 개인마다 생각은 다를 것이고 이 두 가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에서 충성이란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나는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충성이란 단어보다는


애사심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 이런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는 사람이면 적어도 회사 탕비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회사가 

조금은 더 좋은 회사가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

며칠 전 대표와 몇 가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군인 출신인데 왜 그렇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요?


웅?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군인 출신들이 무조건 충성심이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충성심은 수치로 계산을 할 수 있는 것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사람의 마음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좀 당황스러워서 이렇게 글을 남겨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