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에서 하루하루 어휴 - 43번
군에 있을 때 종종 그런 경험이 있었다.
각종 훈련을 할 때에 내가 있는 부대 내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 부대를 벗어나서 전혀 모르는 부대 또는 지역에 가서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뭐 훈련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 느낌은 매우 달랐다.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야외였던 것 같다.
군 생활을 했던 분들은 다들 알겠지만 밖에서 텐트 하나 치고 잔다는 것..
그게 눈이 계속 내리는 겨울이라면 더욱 싫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외로 훈련을 나간다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나갔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불편한 훈련장소가 있다면
바로 내가 속해 있는 부대보다 높은 부대에 가서 훈련하는 것이었다.
특히 도착한 부대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부대면 뭐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내가 속한 부대보다 바로 위에 있는 부대..
예를 들면 내가 대대에 소속되어 있는데 연대로 훈련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머무는 장소는 야외에서 훈련할 때보다는 따뜻하게 아니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말 못 할 불편함이 있다.
아무리 친한 분이라고 해도 전화할 때에 뭔가 더 조심스러워지고,
PC를 잘만 켜놓고 다녔던 나도 이런 상황에 가게 되면
반드시 PC를 끄던가 아니면 화면을 잠가놓고 가는 등 많은 것을 신경 쓰이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야외에서 텐트 치고 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고객사 상주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에 있었던 상주 이야기가 궁금하면 아래 내용을 들어가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s://brunch.co.kr/@kakarman/138
이전에 했던 상주는 약 2달 정도의 상주였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진행하다 보니 집을 떠나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 한번 서울에 올라가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도 참으로 많이 불편하였다.
그런데 이번 상주는 전혀 다르다.
일단 서울에서 상주를 한다는 점.
특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하다 보니 출퇴근을 하면서 진행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예전처럼 갑을병정이라는 계약 관계에서 '정'이라는 가장 낮은 위치에 있었다는 점.
그런데 '정'의 위치에 있지만 '갑'의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랐단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갑과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갑'과 '정' 사이에 있는 '을'과 '병'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다.
이 보고를 위해 하루에 2~3번씩 있는 회의에 대한 회의록을 정리하는 게 하루 일과였던 것 같다.
또한, 갑과 같이 있다 보니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해요
이런 식의 요구가 정말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갑과 계약이 되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죄송하지만 저희 계약 범위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갑의 입장에서는 때로는 답답해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말 감사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셨던 갑의 직원들 모습이었다.
덕분에 있었던 두 달 동안 큰 일이나 사건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도 짧은 2달 정도의 시간을 상주를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주는 갑을 만난다고 해도
그 갑이 엄청난 호의를 베풀어준다고 해도
상주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인 듯하다.
마치 예전에 다른 부대에 가서 훈련을 같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프로젝트는 끝나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뭐 해결되는 것보다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이렇게 많으니..
걱정이다.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