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결심하고 서류를 제출한지 어느덧 2달 정도가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군복을 벗기 전 이직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3개월 정도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대위라는 계급과 정훈과장이란 직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개월..
그리고 날짜로 계산해보니 오늘을 빼면 92일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어짜피 몇 개월 안 남았는데, 쉬엄 쉬엄해요.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그냥 안타깝다
저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나보다 더 군 생활을 오래 한다니
내가 전역을 하면 국가에 세금을 낼 것인데 저런 사람들의 지갑으로 나의 세금이 들어간다니
어휴.. 그저 답답한 마음이 커져간다
그리고 오늘 그렇게 답답한 내 마음을 더 크게 만들었던 사건을 두 가지 이야기 더 해보려고 한다
군이라는 조직을 설명할 때 잘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상명하복이다
그래서 나보다 상급자의 말이 틀리면 반박해도 안 되고
틀리더라도 해야 하는게 하급자의 태도라고 배워왔다
물론 지금은 전보다는 나아져서 잘못된 상급자의 지시는 거부할 권리도 있다고 명시도 되어 있고
그렇게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반박하는 사람에 대한 처우는 어떨까?
다들 알다시피 아무리 좋고 긍정적인 반박이라고 해도 상급자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급은 커녕 그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기는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그 누구도 상급자에게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상급자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만 계속 곁에 두면 결국 고인물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현재 우리 부대들은 그렇게 고인물이 되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사건은 왜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하는 일이다
'왜 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면 많이 대답하는 것이 '시키니까 하죠' 라는 대답이다
오늘도 그런 대답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HOW 보다는 WHY 가 중요하다고 강조는 지속 되고 있지만
강조만 될뿐 적용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런데 적어도 이거 왜해야죠? 하는 질문에
시키니까 하지.. 이런 말은 좀 안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안 좋았던 사건이 있었다
분명 이런 것만 생각하면 군이라는 조직은 참으로 답답한 조직으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 한분을 만났다
오늘 주간에는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훈련하는 동대에 안전통제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녀왔다
내리쬐는 태양에 많은 예비군들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더위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더위는 물론 예비군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던 한 간부님을 보았다
우리는 그들을 예비군 동대장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많은 동대에 가보면 인원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 때우기식 교육을 했던 분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예비군의 입장에서 보면 생업의 바쁜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국가를 지키기 위한 준비를 위해 훈련에 참석을 한 것인데
정작 그들을 교육시켜야 할 간부들은 시간 때우기 식이라니 매우 답답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 본 간부님은 그렇게 시간 때우기 식이 아니라
열과 혼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늘에 있기보다는 햇볕에서 예비군들과 같이 땀흘렸고
그들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오히려 그게 너무 멋있어보였다
그리고 저런 분들이 오래동안 남아서 군복무를 하길 속으로 기원했다
이제 92일이 지나면 대위와 정훈장교로 직무는 마치게 된다
하지만 남은 92일동안은 앞서 봤던 그 동대장님처럼 후회없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