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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21. 2017

하와이언 레시피

'살아있음'으로 괜찮은 인생

감독 사나다 아츠시

출연 오카다 마사키, 바이쇼 치에코, 아오이 유우,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만 살펴보자면 평범하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굉장히 귀여운 영화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이 영화는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 영화는 레오와 레오의 여자 친구 카오루가 달 무지개를 보기 위해 하와이의 작은 마을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달 무지개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 그것을 본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고 하는 것으로 여자 친구에 의해 하와이에 달 무지개를 보러 온 레오는 달 무지개는 커녕 식당도 제대로 찾지 못해 여자 친구인 카오루를 화나게 한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레오에게 지쳐 있던 카오루는 레오를 차버린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두 사람은 이 여행을 계기로 헤어지고, 레오는 다시 혼자 하와이의 작은 마을을 찾는다. 이 마을에는 호노카아라는 가게가 있는데 이곳은 소규모 극장으로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영화를 상영하고 '비'라고 하는 할머니가 만든 고로케 같이 생긴 마라소다 같은 간식을 팔기도 하는 곳으로 뚱뚱한 여자가 사장이며 나이를 많이 먹은 할아버지가 영사기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단지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예전에 우연히 들렀던 하와이의 작은 마을로 오게 된 레오는 예전에 길을 물으러 들렀던 '호노카아'라고 하는 이 가게에서 일을 하며 가게에 딸린 방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게 된다.


레오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마을의 여유가 넘치는 생활도,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지닌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서 레오는 차츰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레오는 '비' 할머니네 집에 배달을 하러 들렀다가, 비 할머니가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 주려고 해놓은 고양이 밥을 훔쳐 먹다가 비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매일 얻어 먹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비 할머니는 요리 솜씨가 좋은 사람으로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혼자 산지가 오래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비 할머니는 어느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귀염성 가득한 젊은 청년 레오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생전 처음 귀여운 원피스를 사입기까지 하지만 레오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 사이를 내심 질투하는 비 할머니. 땅콩을 넣지 말아달라는 레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레오의 여자 친구가 잘 먹지 못하는 땅콩을 넣어 음식을 만들고 레오의 여자 친구는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된다.


화가 난 레오는 비 할머니에게 화를 내고 비 할머니는 자신을 원망하는 레오의 전화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레오의 새로운 여자 친구는 전에 만나던 남자를 다시 만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레오는 자신이 그런 전화를 하는 바람에 비 할머니가 시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비 할머니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마을에 머무른다. 레오가 자신 때문에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발이 묶인 채 떠나지 못한다고 생각한 탓일까?


비 할머니는  어느날  레오에게 줄 음식을 가득 만들어둔 후, 집을 나간다. 그것이 레오와 비 할머니의 마지막이었다. 시력을 상실하고 죽기 직전에 달 무지개를 보았다고 했던 비 할머니. 비 할머니가 죽고 나서야 레오는 그 마을을 떠나게 된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장면이 있다. 비 할머니가 레오를 위해 요리를 만들 때 중간 중간에 팝콘 튀기는 소리라던지, 코 고는 소리, 안마 기계로 안마를 하는 소리가 섞여 들어가면서 이 모든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장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움직이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것.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것. 우리의 삶이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장면이었던 것 같다.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하면 안 되는 건 없다는 코이츠 할아버지의 말 역시 -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말이었던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늙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삶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주인공이니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축 처져 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알차게 재미나게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의 삶은 활기차 보였고, 노년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충만해보였다. 노년에도 아름다운 사랑이 존재할 수 있고, 한 사람을 향한 순애보도 가질 수 있으며, 젊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여전하다는 것. 늙은이들에게 삶을 즐길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그들은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삶을 즐길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대가 젊은이거나, 늙은이거나. 상관 없이.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거나 이제 나이가 너무 먹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았으면 좋겠다. 노년의 삶이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와이언 레시피란 결국 인생 레시피였던 셈이다.

요리가 등장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는 아기자기한 주방 소품들이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을 보고 그린 그림 (왼쪽), 영화에 등장하는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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