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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서랍에 넣어두었어

by 기록 생활자

시간을 서랍에 넣어둔 할머니가 있었어.
글쎄, 젊어지고 싶었을까?
사람들은 왜 시간을 서랍에 넣어두느냐고
그녀에게 물었어.
그녀는 알 필요 없지 않느냐며
화를 냈어.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니까
할머니가
시간을 서랍에 넣어놓고
죽음 직전에 꺼내 쓰려고 그러는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젊어지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사람들은 욕심쟁이 할망구라고
할머니를 욕했어.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어.
잠자듯이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어.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 그녀의 책상 서랍을 뒤졌어.
그녀가 쓰다 남긴 시간을 갖고 싶어서.

하지만 서랍을 연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어.

서랍에 들어 있던 건 할머니가
젊은 날,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었거든.

사람들은 깨달았어.
할머니가 서랍 속에 간직했던 건
추억이라는 것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거든.

이 시간들이 언젠가 소중히
간직할 추억으로 변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던거야.

네 서랍 속엔 지금 어떤 시간들이 담겨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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