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전처럼 전화통화를 자주 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조금씩만 쳐다보고 살아도
가슴이 아프지 않게 되었다.
슬프다, 는 말도
외롭다, 는 말도
더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이 되어갔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
사랑하는 일이 그렇게 아프고 쓸쓸한 거지 싶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속속들이 알게 되어,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경지에 들어서고 나면
'그 사람'이라는 책을 문득
덮어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되고, 알게 되어
사랑하고 더 많이 알게 되고 난 후에
몰랐던 사람처럼 잊는다는 건
괴로운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너무 많이 알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래서... 지워지지 않는 얼굴과
애써 잊으려 한 이름들의 무덤을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