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의
목록에서
너를 지운다
네가 나에게
주었던 것들을
치운다
익숙한 것들의 목록에서
너를 지우니
어느새
내가 없다
네가 바꿔놓은
내 습관
내 말투
내 취향
너를 사랑하기 위해
내가 포기하거나
너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지는 거라
믿었던 것들은
어느새 나의 취향,
나의 것,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너의 모든 모습들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하여 사랑이 끝난 후 지워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너와 함께 했던 나를 지우고
네가 없었던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나를,
사랑을
조립할 수 있을까
네 이름 하나 지우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별은.
그리하여
이별은
너를
떠나
다시 나에게로
향하는 먼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