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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by 기록 생활자

눈도 외로웠던 것이다
하여 하염없이 내려와
땅에게 가 안기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 품을 파고드는 것처럼
땅 속으로,
땅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스민다는 것은
무릇 그렇다
생각해보면
작은 나무 의자 하나도
뜨개질로 만든 목도리 하나에도
따뜻한 차 한 잔에도
그걸 만드는 사람의 손길이
마음이 스며 들어있어
어느 것 하나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음이 다른 마음을
움직여서
세상이 손난로처럼 따뜻해진다.

고독도
슬픔도
불행도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견뎌진다.

눈도
햇볕을 쬐기 전에
땅에게 안겨
쉬는 것처럼

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봄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겨울이 봄의 품에 와락
안겨 스며 드는 것처럼
사람도 사람에게
스며 들기 위해서는
따뜻한 품이 필요하다.

묵묵히 팔을
벌리고 서서
눈송이를 안아주는
겨울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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