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구를 샀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날 때마다
어떤 건 너무 낡아서 삐걱 삐걱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그는 가구를 버리지 못했다
그만의 공간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옷장, 식탁, 책상들로 채워졌다.
그의 가구들은 그 방의 모서리조차 지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를 끝으로 내몰았다
그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정도로
가구를 채워넣은 다음에야
그녀들을 잊을 수 있었다
남자는 더는 가구를 사지 않는다
지친 몸을 뉘일 공간
그만의 공간, 그것으로 그의 마음이
꽉 차게 되었으므로.
우리는 때때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위해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고
그건 가구처럼 우리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거나
더 뾰족하게 만들기도 한다.
잘 떠나보내는 것도
어쩌면 새로운 나를 더 잘 만나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 만남과 이별로
나와 당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 만남과 이별에
언제나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첫만남에도 그리고 그 끝에도
언제나 예의가 있기를.
잘 만나는 것도, 잘 잊어주는 것도
어쩌면 그 만남으로 조금씩 달라질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