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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ug 02. 2017

밤의 해변에서 혼자

나쁜 사랑은 없지만,

누가 홍상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다라고 해서 안 보려다가 봤는데 나한테는 별로였다. 자기 변명 같은 영화였다고 할까. 김민희가 해변에 누워 있는 장면이 꽤 쓸쓸했고 또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기 무덤을 만드는 장면 같아서 인상 깊긴 했다. 사랑 없이 사는 건 죽은 것과 같다는 이야기로 읽혔다.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 없이 사는 것은.

영희는 그를 잊고 싶어하지만 그가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다. 영희의 마음 속에서 그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계속 등장시켰던 것 같다. 그건 영희 마음 속에만 있는 그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으로 보였다. 사랑하는 감정 자체는 김민희의 말처럼 예쁜 것이다. 분명 예쁘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나쁜 것이 되기도 한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얼마전에 읽은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양희는 필용에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하지만 '오늘'이라는 단서를 단다. 오늘은 사랑하지만 내일은 어찌될줄 모른다는 것. 사실 그게 진실이 아닐까. 오늘은 사랑한다, 하지만 내일은 알 수 없다. 내일,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금 이 순간에는 모르기 때문에.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지워지는 모래 위 이름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지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의 사랑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순간의 사랑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그 순간엔 분명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순간을 붙들고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영희는 남자를 떠나지만 그의 곁을 맴돈다. 떠나고 싶어했고 잊고 싶어했지만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다. 죽어야 끝이 날까 영희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영희를 연민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사랑을 응원할 수는 없으니까. 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믿으니까. 같이 건너온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

강릉에 있다는 봉봉 방앗간만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방앗간을 개조해 만든 카페였는데 강릉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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