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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ug 07. 2017

좋은 밤 되세요

불면의 밤과 바꾼 삶에 대해

사람은 저마다 하나의 커다란 <시계>인지도 모른다. 움직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언젠가는 멈춘다는 점에서 다르지, 시간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아니 시간을 살아간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계>인 것이다.
 
<좋은 밤 되세요>라는 이 짧은 단편 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아주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바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여자 바텐더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라면서. 겉으로만 보면 여자 바텐더를 유혹하려는 바람둥이의 수작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알게 된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뒤처진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나갔고, 그 틈새로 <아침형 인간>이란 라벨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좀 덜 자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붙여지게 되었다.
 
주인공은 잠이 많다. 아주 민감한 나이의 고3에게 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잠은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최대 적이다. 주인공은 과목 하나 당 한명의 과외 선생님이 딸려 있다. 이것만 봐도 주인공의 엄마가 치맛바람 꽤나 일으킬 정도로 교육열에 불타오르는 사람이며, 주인공의 집이 꽤 잘 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공부를 못했다. 잠이 너무 많아서 과외 시간마다 꾸벅 꾸벅 졸기 일쑤였고 밀려드는 잠을 자제할 수 있을 정도로 목표의식이 강하지도, 인내심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생리적 욕구에 충실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는 어느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잠을 없애는 수술을 받게 된다. 그는 성공 가도를 달린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5년 동안 잠이 없을 거라던 그 수술은 그를 10년 동안이나 잠 못들게 한다.
 
잠을 자지 못하는 그는 늘 '피로'하고 졸립기는 하지만 잠들 수는 없는 상황에 거의 미칠 지경이 되어간다.
 
내용을 다 이야기하면 재미없을테니까 줄거리는 이 정도만 말하겠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부르짖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성공>만이 살길이라고 말하는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속도와 시간을 잃어버린다.  남들과 똑같이 24시간을 쓰면서도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사회>에서는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친구>를 만드는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사회에서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건, 직장 동료를 동료로 바라보지 않고 <경쟁자>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그런 시선을 무의식 중에 가지면 진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그런 시선을 갖게 되는 건,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이 <경쟁>을 강조하고, <경쟁>을 해서 이겨야만 살아 남는다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엔 <사람>이 없고 <일>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직장은 <그저 생계를 위해 매일 나의 시간을 바쳐야만 하는> 곳에 지나지 않고 영원히 <직장>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런 직장에서 돌아가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사람, 가족의 품이다.
 

대부분 자살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쫓기고, 경쟁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쫓기고, 옆에 있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이런 사회야말로 불행한 거 아닐까하는 생각.
 
결과적으로 <어떤 사람에 대한 마음의 경계>를 허물 때에만 진정한 관계 맺음과 소통이 가능해진다. 사람이 변하면, 환경도 변하고, 내가 일하는 곳도 변한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삶 자체가 더 즐거워질 것이다.


경쟁'을 하기 위한 '경쟁'을 하지 말고, '스스로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이기는 것이 더 멋지고 값진 승리일 것이다.
 
이 영화는 <시계가 되어버린> 스스로를 깨닫게 해줄 것이며, <시계>에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도 갖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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