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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와 목도리

by 기록 생활자

남자친구에게 주려고
뜨개질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정성스럽게
한올
한올
뜨개질을 했다

빨간 털실로

수업시간에 몰래
뜨개질을 하다가
들켜 뜨개질한 목도리를
빼앗기고
교무실로
달려가 사정사정해서
되찾아오곤 했었지

목도리와 함께 갈색 스웨터도 뜨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해야지"
여름부터 서툰 솜씨로 뜨개질을 했다

한올
한올

수업시간에도
딴짓을 곧잘 하던 친구였는데
뜨개질 할 때만큼은 한눈도
팔지 않고 열심이었다

그런 것이 사랑일까?
어리고 사랑도 몰랐던 나였지만
그런 그 친구의 모습이 예뻐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의 사랑이 끝났다

친구는 더 이상 뜨개질을
하지 않았다

난 그 친구가 뜨개질을 마치지 못한
목도리를 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버리지 않았다

아마,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올
한올
엮은
그 사랑이
너무 아까워서
그 사랑이
너무 곱고
예뻐서

그 친구는 "헤어졌어"
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빨간색 털실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사랑이란
사랑이 끝나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인가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란
이다지도
슬프고
고운 것일까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빨간 털실을
보면
붉게 볼을
밝히며
빨간 털실로
뜨개질을 하던
어여쁜 그 친구가
떠오른다

겨울 창가에
잠깐 서렸다 사라지는
바람의 입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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