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마당을 수놓은 가을,
바람을 머리에 이고
지붕은 서 있었고
아이는 맞지 않는
신발을 꺼내 늘어놓았다
그 신발을 신고
아이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채 여물지 않은 생을 이끌고
따그닥 따그닥
말 발굽 소리를 내며
커다란 구두 속에 발을 밀어 넣은
네가 가고 싶었을
세계를 생각한다
툭,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듯
누구나
갑자기
바람에 등 떠밀려
왔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가고 싶었던 세계가
이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바람을 뒤집으며
잎들은
숨을 뱉고
그 숨소리를 따라
새들은 울고
시간의 궤적을 그리며
계절은 건너가지만
나는 오늘도
우체통 속의 편지처럼
내게 도착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