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내게 말을 건다
내 몸은 언젠가 당신의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고 화장실에서 당신의 엉덩이와 만나기도 했다.
부드러운 크리넥스는 회장님 급만 쓸 수 있다고
짠돌이 방송인이 말했다지만
눈물이 흘러내릴 때 닦을 수 있는 건
대체로 부드러움이다.
부드러운 휴지
상냥한 마음이
당신의 슬픔을 닦아줄 수 있다.
부드러움이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닿으면
슬픔도 녹을 것이다
우리들은 무언가를 받아낸다.
당신이 엎지른 물,
당신이 흘리는 눈물,
당신의 더러운 배설물까지도.
우리는 닦아내고 훔치며
그것들을 받아낸다.
쏟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은 쏟아내고 살 줄도 알아야 한다.
실수와 슬픔, 더러움이 한데 흡수 되고
또한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다만,
그 사라지는 것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흘려보낼 것인가가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