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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Sep 15. 2018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삶을 지탱하는 사소함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한번 웃을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믿음. 또 내 밝음을 드러내듯이 어두움을 드러내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항상 불행하고, 우리의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두려움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감정들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는 없는 법이다. -마르탱 파주 ‘완벽한 하루’중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안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으니까.

어릴 때 죽으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한발을 내딛으면 허공이었다. 내딛기 전에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찔했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그 어린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참을 난간 위에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해 가족들이랑 여름방학에 워터파크에 놀러가기로 한 것이 떠올랐다. 워터파크는 가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 순간 살고 싶다는 마음은, 워터파크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가져다 준 것이었다. 그 워터파크는 지금은 많은 것들이 세월의 파도에 휩쓸려 떠밀려 사라지듯 사라졌지만, 그 일을 통해 아주 사소한 일들이 사람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떡볶이를 먹고 싶은 마음 때문에 살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이제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안 한다. 오래전 일이다. 그래도 이 책 제목을 보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의 어린아이가 조금은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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