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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Sep 23. 2018

버닝

다 타고 남은 것

 이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여기서 헛간이 의미하는 바는 여자로 보여지는데 이 영화 속에서 이 인물들의 관계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자 (해미, 여자. 이는 그녀가 종수와 영화 초반에 나누는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와 삶에 붙들린 자(종수, 남자), 그리고 삶에서 놓여나고 싶은 자 (벤, 남자)로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버닝 스틸컷

삶의 태도, 청춘을 소비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미는 삶의 의미를 찾는 여자이고 종수는 그런 해미를 사랑한다. 그는 아버지 일로 파주로 내려오게 된다. 종수는 살아가는 일이 벅차 보이는 사람이지만 묵묵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벤은 유능하고 잘생겼지만 삶을 지루해하는 사람으로 자극을 추구한다. 그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하품을 한다. 그는 대마초를 피며 정기적인 사교 모임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유형의 사람을 만나고 (주로 여자들) 그 여자들을 살해한 후 그녀들의 소지품을 수집한다. 전리품처럼 수집하는 것이다.

해미는 아마 벤에 의해 살해 당했을 것이다. 벤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종수에게 비닐 하우스를 태우는 취미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그 비닐 하우스에 대해 “쓸모 없고 지저분하다”라고 표현한다.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사라지게 만들면서 마치 그것들이 자신에 의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낀다. 그는 어쩌면 스스로를 비닐 하우스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종수가 그를 칼로 찌를 때 그가 종수를 꽉 끌어 안는 것을 보면 그 역시 그런 방식으로 사라지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지 자신에게 행할 용기가 없었기에 타인을 살해했던 것처럼 보였다.

내게는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끼는 남자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하며 그것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던 여자, 그리고 삶에 꽉 붙들려 있는 남자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약간 지루하지만,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너 그거 알아?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 부시맨들에게는 두 종류의 굶주린 자가 있대. 굶주린 자. 영어로 헝거.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리틀 헝거는 그냥 배가 고픈 사람이고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의미에 굶주린 사람이래. 왜 사는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 거를 늘 알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배가 고픈 사람이라고 그레이트 헝거라고 부른대.” -영화 ‘버닝’에서 해미가 종수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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