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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Oct 18. 2018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왜 읽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모험

나쓰카와 소세키의 소설 '책을 읽는 고양이'.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고 저자 이름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나쓰메 소세키가 생각이 났다. 실제로 저자의 이름은 나쓰메 소세키에서 '나쓰'를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직 의사로 수련의 시절에 쓴 '신의 카르테'가 쇼각칸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데뷔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미오카 신지라는 작가가 쓴 '결국 재능을 발견해낸 사람들의 법칙'이라는 책에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는 1900년 서른세 살 때 국가 지원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영어 교사인데도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남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였던 나쓰메 소세키는 하숙집에 틀어박혀 지내다 귀국하게 된다. 주위의 평판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살았다는 것을 귀국 후에 깨닫게 된 나쓰메 소세키는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필했다고 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사실 일본에는 이런 작가들이 드문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삶의 궤적과 나쓰카와 소세키의 삶이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10대 청소년 시절, 도서실 청소 담당이기도 했고 또 도서실에 처박혀 책 읽기를 즐겨하며 책벌레라는 별명도 얻었던 나는 어찌보면 할아버지의 고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린타로와 닮은 구석이 있는 청소년기를 보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를 하며 어느 정도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나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를 찾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 하는 소년의 대답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아버지와 살게 된 한 소년이 고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혼자 세상에 남겨진 시점부터 시작된다. 소년은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고모와 살기로 결심하고 고서점도 문을 닫으려 한다. 그러다 서점 안에서 말하는 얼룩 고양이 ‘얼룩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책들을 구해달라는 고양이를 따라 책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책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두는 자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치우는 자), 자르는 자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는 자), 팔아치우는 자 (돈이 되는 돈만 출판하는 출판업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된 책이 등장한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사람은 실제로 존재한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접한 적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핵심만 요약한 콘텐츠를 판매하는 사업해서 대박 난 외국 젊은이. 또 이 책을 읽으며 김정운 교수님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고 효율성을 중시해서 핵심만 추려서 읽는다고 얘기하셨던 것이 기억 났다. 사실 나역시 김정운 교수님의 이와 같은 얘기를 책에서 접하고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은 정보가 되는 부분만 추려서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서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평생동안 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도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년은 이런 사람들을 설득해 책을 구해내게 되지만 소년의 여자친구(여자사람 친구)가 미궁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소년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것은 마음이 일그러진 책이었다. 소년은 친구를 구하러 간 그곳에서 자신이 책을 읽는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는 것.



나역시 책을 읽으며 독서를 하는 이유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과거에 했던 적이 있기에 소년이 내놓은 대답에 공감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책에 관한 책 소설쯤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 같고 평이하게 흘러가는 전개와 예측 가능한 소년의 대답으로 인해 약간은 식상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온 책에 관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261쪽,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_나쓰카와 소세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람 …….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261쪽,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_나쓰카와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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