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곰들이 엄마 곰 아빠 곰을 따돌리고 피크닉을 나간다
초록색 잔디 위에 빨간색 체크무늬 돗자리를 펴기 전에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만난다.
여기가 좋을까?
여기가 좋겠어
난 잘 모르겠다
여기로 하자, 여기로
가까스로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서툰 솜씨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낸다.
규칙들을 밀어낸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은 아기 곰들이다. 세상의 규칙에 길들여지기 싫어 소풍을 나간 것은 아기 곰들이다.
어떤 일들이, 어떤 사건이 아기 곰들의 시간을 채우게 될까? 그건 아마도 아기 곰들도 아빠 곰도 엄마 곰도 모를 것이다.
아기 곰들은 깨닫는다. 이렇게 모르는 채로 어른이 되는 것일까?
어쩌면?
아마도?
살아가면서 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봄날의 피크닉에서 따스한 햇볕 아래
반쯤 꾸벅꾸벅 졸며 아기 곰들은 깨닫는 것이다.
그래도 이 봄날의 햇볕은 너무나 따뜻하고 사는 일은 순간 순간 좋은 것이라고.
햇볕 아래 아름다운 꿈을 꾸듯 졸며
아기 곰들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