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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7. 2020

벚나무 아래 유령

흐드러진 꽃송이
분홍이 번져가는
사월의 어느 밤
그 아래 우리는 서 있었지
어둠이 짙게 우리를 감싸고
우리는 머리 위에
꽃송이를 보지 못했어
봄이 진홍빛으로 물들어
번져가는데

계절이 여름으로 건너갈 동안에도
우리는 벚나무를 보지 못했네

잊고 싶었던
사월의 그날도
우리에겐 보이지 않았지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누군가는 노란 리본으로 기억할
그 봄의 문턱에서
우리는 그저 서 있었네
누군가에게는 서러울
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사진 엽서는 황예지 사진 작가의 책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의 굿즈 엽서이다. 사진을 보고 떠올린 ‘벚나무 아래 유령’이라는 제목. 이 사진 엽서를 보고 처음 느낀 것은 ‘봄이 왔지만 봄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장을 지었다. 어떤 의도가 담긴 사진인지 모르지만 이 한 장의 사진 엽서에서 나온 문장을  이 한 장의 사진 엽서 아래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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