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닫이문에 대해 생각하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고슴도치의 우아함'에는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점이 드러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특히 공간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것을 거부하고 보이지 않는 레일 위를 조용히 굴러가는 미닫이문들. 우리식 문은 뭐랄까 아주 좀스러운 방식으로 공간을 변형시킨다. 우리는 문을 열면서 전체 공간과 충돌하게 되고, 좋지 못한 비율이 만들어지면서 무분별한 벌어짐이 생기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식 여닫이문처럼 추한 것도 없다. 여닫이문은 공간의 통일성을 깨는 균열이며, 촌스러운 빌붙음 같은 것이다. 여닫이문은 온전한 것이 되고 싶은 벽의 마음을 몰라주고 그 희망을 깨버리는 언짢은 것이다. 헤 벌어진 틈은 꼭 바보 같다. (211~212쪽)
문이 열리면 마주해 있던 두 공간은 서로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으며 연결된다. 문이 닫히면 다시 각각의 공간이 된다. 분할과 통합이 어떤 침입도 없이 이뤄지다. 불법 침입의 연속인 우리식 문에 비해 그 문의 삶은 고요한 산책이다. (212쪽)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장편소설, 류재화 옮김.
사실 미닫이문이 미학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일 것이다. 미닫이문은 빙판 위를 스스르 미끄러지며 아름다운 춤을 추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 같이 레일 위를 미끄러진다. 그 자연스러움과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닫이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공간과 충돌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작가의 통찰력에 무릎을 쳤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의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미닫이문은 잠글 수 없다. 닫을 수는 있지만 잠글 수는 없다는 점에서 늘 열려 있다.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여닫이문은 안에서 잠글 수 있다. 언제든 쾅 닫을 수 있다. 문을 닫는 순간 공간은 단절된다. 여닫이문은 미닫이문보다 공격적이며 비밀스럽고 동시에 폐쇄적이다. 여닫이문은 관계의 단절이나 일방적 거절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미닫이문은 문의 특성상 조용히 열고 닫아야 하며, 언제든 열 수 있다.
이 책 속에서 저 문장을 만났을 때 미닫이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