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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ug 22. 2021

밤이 선생이다

 책은 문학 평론가인 저자가 신문에 실렸던 자신의 칼럼을 엮어  책이다. 주로 2000년대 초엽에 신문에 실렸던 글들이 담겨 있다. ​


밤은 사색하는 시간이다. 분주히 움직이던 모든 것들이 잠시 멈추는 시간. 한낮의 열기와 소란이 고요함 속에 깃드는 시간. 괴테의 파우스트 가운데  구절에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는 문장이 나온다고 한다. 낮에 잃은 것들은 무엇이고 밤에 되찾아야  것은 무엇인가. ​


고요함 가운데 깊은 , 사색하는 시간 속에서 되찾아야  것은 그날 일을 되돌아 보며 얻게 되는 삶에 대한 성찰이나 자기 반성일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숙제로 나온 일기 쓰기를 하며 곧잘 그러했듯이.​


밤의 시간에 기록되어야  이야기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에게 현재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겠지만, 또다른 사람에게는 연쇄살인의  참혹함이, 유신시대의 압제가, 한국동란의 비극이, 식민지 시대의 몸부림이,  양심과 희망 때문에 고통당했던 모든 사람의 이력이, 모두 현재에 속한다. 미학적이건 사회적이건 일체의 감수성과 통찰력은  인간이 지닌 현재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에 의해 가름된다. 그래서 영화의 끝에서 전직 형사 박두만이 우리를 똑바로 쳐다볼 ,  시선은 이런 질문을 쏘아 보낸다. 당신이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기억해야  것은 무엇인가.(2003)


윤리는 기억이다_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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