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세찬 비 내리고
잎들이 떨어져
땅 위에 수북하게 쌓였어
너에게 주고 싶은
말들을 모았는데
한마디도 끄집어 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수북하게 쌓였어
싱그러운 말의 잎사귀만 모아
너에게 주고 싶었지
햇빛 받으면 반짝 빛이 나는
그런 말의 잎사귀를.
계절 지나 바람에 떨어지고
시들어 버린 가을 낙엽처럼
내 말의 잎사귀도 색이 바래고
그 힘을 잃어갔을까.
어떤 말도 줄 수 없고
들어 줄 수도 없는
말의 잎사귀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오후,
눈을 뜨니 어느새 겨울이야.
하지만 난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다시 다정한 말들을 수집해야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네 마음 어느 시린 겨울 속에 있을 때
봄처럼 너에게 꺼내 놓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