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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Aug 06. 2019

[D+71] 홀아비란 이런 느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다녀오다



홀아비.


‘아내를 잃고 혼자 지내는 사내’.


참으로 처연하면서도 구시대적인 호칭.

과거에는 아기에게 먹일

모유도 분유도 없어 젖동냥을 다니는

불쌍한 아빠들이었을 테니

홀아비는 애잔함의 대명사였음이 당연.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모유가 없으면 분유로 살면 됨.

심지어 ‘동성 커플 가정의 아이들은

이성 커플 가정의 아이와 비교했을 때

행동 양상, 활동성,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며,

행복도, 가족 단합력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Crouch 등, 2014)도 있으니

‘엄마가 없으면 불쌍해’라는 건 이제

택도 없는 소리.


하지만 뭐,

이런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과는 달리

사회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

아이가 70일을 넘은 지난주 토요일,

아빠는 이런 사회의 인식을

온몸으로 느끼는 짧고

강렬한 경험을 했음.



이날 소아과와 함께

내과 검진을 예약한 엄마.

병원 4층으로 향했고,

아빠는 아기와 함께

2층 소아과로 향했음.


아기띠를 엉성하게 맨 아빠는

빨리 진료받고 싶은 마음에

아기를 안은 채로 진료 접수.

그러나 체중과 열을 재고,

예방접종 문진표 작성을 하려다 보니

손이 모자라기 시작.

결국 아기를 아기띠에 다시 넣으려고

시도하다 사달이 났음.

잠을 깬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뜨림.


목청은 왜 또 그리 큰지.

순식간에 접수 데스크 인근에 있던

20여 명의 직원,

엄마, 아빠, 아기의 이목이 집중.


평소 아기는 자다가 깨면

다시 자기 위해 짧은 잠투정을 하는데,

그 잠투정이 시작된 것.


1, 2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아빠는 당황해버리고..

원래대로라면

쪽쪽이를 물려주면 그만인데,

문제는 쪽쪽이를 엄마가 들고 가 버린 것.

아기를 달랠 무기가 없어진 상황에

아빠는 패닉.


아빠를 바라보는 다른 엄빠의 표정은

“저기는 아빠가 혼자 왔나 봐”.

할머니들의 표정은

“에구 불쌍한 홀아비”.

심지어 24개월쯤 되어 보이는 한 아가는

내게로 다가와서 우리 아기를 바라보며

 ‘내가 도와줄까?’라는 표정을 지었음.

(아이의 선의 가득한 표정이 잊히질 않음)


꺼이꺼이 네네

제가 이 구역의 홀아비입니다ㅠ


겨우겨우 아이를 달랬지만

땀범벅+

헝클어진 아기띠+

아무리봐도 안 어울리는 가죽 기저귀가방

3단 콤보를 선보이는 아빠의 몰골은

또 한번 이목 집중하기에 충분.


다행히 울음소리가 4층까지 갔는지 

아기가 잠잠해진 직후

엄마가 쪽쪽이를 전달해주러

2층으로 내려왔음.


나를 바라보던 시선들은

‘에이 뭐야’

‘재미있는 구경거리 놓쳤네’라는

기류와 함께 다시 원상 복구.

짧은 체험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음.


물론 진료하던 소아과 의사가

'어머 아빠가 오셨네요'라며 놀라더니

습관적으로 '엄마'라고 나를 부르기는 함.



+)

폐렴구균은 세균 감염 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관련 감염증 원인의 약 60%를

차지한다고(질병관리본부).


흔히 폐렴뿐만 아니라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 뇌수막염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됨.

축농증도 폐렴구균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데 살짝 놀랐음.


아무튼

이 예방접종 뒤에는 아기가

열이 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을 구매해야 함.

복용 기준은 (약국 피셜)

귀에서 잰 체온이 38도를 넘을 경우이며

복용량은 몸무게 곱하기 0.4,

복용 간격은 4시간.


이렇게 해도

하루 이상 열이 내리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우리 아기는

주사를 맞은 뒤 12시간 정도 지나면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38도를 넘지는 않았고,

그래도 살짝 힘들어할 것 같아

열 냉각 시트를 붙여주었음.

어른들이 흔히 쓰는 멘톨 계열의

‘쿨링 느낌’ 제품과 달리

실제로 체온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음.


여기에 가제손수건에 물을 살짝 묻혀

팔다리에 터치터치해주면 시원시원.


이렇게 아기 사진계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는 ‘열 패치’ 짤을 건지게 되었음.


*오늘의 육아템

열냉각패치,

아세트아미노펜(어린이 타이레놀),

아기띠,

식은땀한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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