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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l 30. 2019

[D+64] 침 코 눈물

원더 윅스를 보내고 난 뒤

아기는 38주 0일에 태어나 아무래도 40주를 꽉 채우고 태어난 아기들보다 신체 변화의 속도가 미세하게 늦고는 함.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원더 윅스(wonder weeks)’도 조금 느지막이 찾아옴. 이제 64일을 넘어 주차로는 9주 차에 들어섰던 주말, 엄빠에게 이틀간 큰 곤란함을 안겨주었음.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아기 엄마 말에 따르면 아기가 잠을 푹 잔 뒤 눈을 떴을 때 “엥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다고 함. 기억나지 않던 5~6주 차 언제쯤 한 번 그랬고, 63일 차였던 금요일에도 그랬음.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아기 펌웨어가 업데이트됐다’고 표현하는데, 알고 보니 이게 흔히 말하는 ‘원더 윅스’였던 것.


아기의 정신적 성장을 시기별로 다룬 책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북폴리오, 2007)에 따르면 7~9주 차에 맞이하는 원더 윅스는 ‘패턴의 세상’이라고 해 밤낮의 구분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는 시기. 자기 손발도 발견하게 된다고. 사실 며칠 전 손발을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때 눈치를 채지 못했음. 암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으니 신이 난 건지, 어쨌는지 잠을 자지 않으려 칭얼칭얼.


문제는 이 시기에 맞혀 아기의 코막힘이 시작됐음. 아기들의 코막힘은 자연스러운 것이긴 했지만 그렁그렁 소리에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숨을 쉬지 못해 힘들어하니 엄빠는 그저 전전긍긍할 수밖에. 새로운 변화에 밥까지 제대로 못 먹자 시도 때도 없이 칭얼대고 눈물을 쏟는 아기. 콧물 빼주고, 어떻게든 먹여보자며 온 방법을 다 동원한 엄빠도 주말 내내 진이 빠지고. 집안 분위기는 가히 육아 막장 수준이 돼버렸음.


여기에 엄빠를 충격에 빠지게 한 일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지금까지 분유를 잘못된 방법으로 타 주고 있었던 것. 분유 제조사의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아 분유를 지나치게 되직하게 타고 있었던 데다, 많이 흔들어주지도 않아 제대로 녹지도 않은 걸 먹이고 있었음. 안 그래도 코가 막히는데 입으로 미숫가루가 넘어온다고 생각해보니. 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가 죽일 놈’이라며 자책 Time.


어쨌든 아기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분유도 제대로 된 걸 먹었으니. 결국 쪽쪽이 대신 자기 손을 촵촵 입에 가져가는 주먹고기 타임을 선보여주시며 훈훈하게 주말을 마무리. 하지만 월요일에 엄빠 모두 앓아누웠다는 게 함정. 아기야 아빠가 항상 미안해.


* 오늘의 교훈: 모든 아기 관련 물건은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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