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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Aug 31. 2019

[D+95] 하루하루가 달라 기특한 너

아빠는 좀 아쉽지만 괜찮아

“사진 많이 찍어놔, 영상도 많이 찍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다른지 몰라~

시간도 엄청 빨리 가고.”


석 달 전,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면

열의 다섯은 저런 말씀을 덕담으로 하셨다.


고마우면서도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야

아기가 통잠도 자고 말도 하고

사람 구실을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시간이 빨리 가니까

그 시간을 소중히 하라니.

덕담인지 놀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아기를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밤에 두 번씩 깨는 나날이 이어질 때는

도무지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뜻이 뭔지 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말로 아기가 ‘하루하루 달라지기’ 시작했다.

3개월 아기의 성장이란 정말 예상보다 많이 빠르다.


일단

본격적으로 몸에 힘이 들기 시작하면서

몸을 가누고 다루는 능력이 일취월장.


터미 타임을 하면

어제는 고개를 ‘까딱’ 들었던 아기가

오늘은 ‘번쩍’ 든다. 그다음 날은

‘번쩍 들고 두리번’ 댄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번쩍 들고 두리번대며 옹알이’를 한다.


손가락 놀림도 어제는 ‘까딱까딱’하던 것이

며칠 뒤에는 물건을 만지고,

며칠이 또 지나면

아예 물건을 쥐어버린다.

또 며칠이 지나면 쥐고 입으로 가져간다.


이 모든 것이

근 일주일 사이의 변화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 같을 정도로 빠르다.

기특할 뿐.



슬픈 것은

출퇴근하는 내 입장.


평일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기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두세 시간.


낮에 부인이 보내준

아기의 새로운 모습을

아빠도 직접 보고 싶지만

이미 피곤한 아기는 그 면모를

살짝만 보여준 채 잠자리에 든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살짝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별 수 없다.

레이더를 더 예민하게 세우고

아기의 변하는 하루하루를

잠시 잠깐이나마 관찰할 수밖에.


하루하루가 아쉬운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곧 백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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