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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Oct 08. 2019

[D+128] 아기와 함께 첫 카페 나들이

응 한 시간 만에 귀가각

톡톡톡톡...

아침부터 부부의 스마트폰이 바쁘다.

근처 중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그곳이 혹시 노키즈존은 아닐까,

아니면 차라리 수유실이 잘 갖춰진 백화점?


매일 아무렇지 않게 슝, 다녀오던

카페거리가 그렇게 낯설고 두렵다.

혹시라도 아기가 카페에서 끙,

대변이라도 보면?


안 그래도 목청 큰 아기가 평소 그랬듯

빼액, 하고 급 울음 공격을 날리면?

그러면 알바생이 와서

“손님 죄송하지만, 다른 분들께 방해가..”

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편다.


아기를 데리고 첫 외출을 준비하는

엄마 아빠에게는 이처럼 꽤나

큰 각오(?)가 필요한 법.

그동안 짐 싸는 데는 일가견이 생겼다고

자부하는 엄마지만, 뭔가 손이 더 바쁘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페 입구에 6개월쯤 돼 보이는 아기와

부모님이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아 독박은 안 쓰겠구나’

뭐 이런 마음이랄까.


우리가 자리를 잡고 5분 뒤

이번에는 할머니와 부모님이

돌이 안 돼 보이는 잠든 아기를

앉고 매장에 들어섰다.

안심 두 배.


아, 이래서 아기들이 많은 곳을

일부러 골라서 외출을 하나보다.



안심하고 아기를 보니

이미 표정은 은하계를 떠나

안드로메다에 들어선 우주인의 표정.


하긴 아기에게 ‘세상’이란

우리 집, 할머니 집, 병원, 자동차가 전부.

그렇다면 아기에게 카페는 다른 지구,

카페에 그득한 사람들은 외계인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기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울먹울먹 아기 입술이 삐죽였다.

황급히 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는데

아뿔싸, 주말에 신이 난 젊은이들께서

쿠페 차량에 소음기를 떼고 놀러 오셨네?


.... 부릉부릉 소리에 결국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결국 아기띠를 멘 엄마

(라고 쓰고 무적이라고 읽는다)가

나타나고야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즐거운 외출은 두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아직 세 시간 텀인 아기의 밥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 카페에서 분유까지 먹이며

시간을 연장(?)하려는 의욕은 없었다.

그래도 가을날 아기와 부부가 함께 한

첫 외출은 (식은땀에 바람을 맞아) 꽤 상쾌했다.


카페를 나오다 보니

어느새 아기가 앉아 있는 테이블이

한 곳 더 늘어 있었다.

새로 온 아기는 스냅백을 쓰고

한껏 멋을 부린 모습.

우리 아기도 실내복 말고

언젠가 저렇게 여유롭게 꾸미고

나올 날이 있겠지.


우리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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