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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Oct 21. 2019

[D+137] 아가야, 자는 게 무섭니?

엄마 아빠도 니가 자는 게 무섭다.


100일이 지난 뒤 언제부터였을까.

아기는 엄마가 없으면 잠을 못 잤다.


주 양육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엄마가 없으면 

재울 수가 없는 것이다.


아기는 침대에만 뉘이면 

울음을 터뜨렸다.

육아책에 나온 대로 그대로 울려봤지만

헛수고였다. 한번 자지러지기 시작하면

심지어 엄마가 달려들어도 

달래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첫 대안이

아기띠. 엄마가 아기띠를 하고

쉬-, 쉬-, 되뇌면 낑낑 칭얼대다가도

잠이 들었다. 


'안아 재우는 게 좋지 않다지만

금세 잠드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아기띠도 무용지물. 

아빠는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고

엄마도 점점 지쳐 갈 무렵 등장한 것이

다름 아닌 '엄마의 손'.


침대에 누운 아기가 엄마 손을 붙들고

한참을 놀다가 손을 쥔 채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와 역시 잠천재! 기특해!

(60일부터 통잠, 120일 넘어서부터

8시간을 자는 아기를 두고 우리는 

잠천재라고 부른다)



...라는 것도 잠시, 잠투정은 

현재 X3으로 심해진 상태. 

심한 날은 30분을 보채다가 잔다.

최악인 날은 등센서까지 발동하는데,

그럼 이게 안방인지 지옥도인지 

알 수가 없다.


아기가 보챌 수도 있지 뭘 그러냐고?

보챈다는 게 칭얼대는 수준이 아니다.

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흥애흥애.... (잠시 쉰다) 

으아으아... 

(눈을 슬쩍 뜨고 엄마가 있는지 살핀다) 

아아아...아ㅏ아ㅏㅏㅏ!!아ㅏㅏㅏㅏㅏ!!!

(본격적으로 자지러진다) 

아아ㅏ아아아아아ㅏㅇㅇ

(눈물이 뚝뚝 흐른다)! 

아악악악1!!!!아ㅏㅏㅏ1!!!

(혼파망)


이런 느낌으로 30분이니,

아기 수면을 거의 전담하고 있는 엄마는

죽을 맛. 아빠도 도와주고 싶지만

왠지 시무룩해져서는

집안일만 열심히 할 뿐.


아기야, 너에게 맞는 최적의

수면 패턴과 습관. 한번 찾아볼게..

(물론 최적의 패턴과 습관은 

'엄마'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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