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9] 옴뇸뇸뇸뇸, 으에에에엙

5개월 아기의 이유식 도전기

by 권기범


호기롭게 남들보다 빨리 이유식을 시작했다. 보통 5, 6개월에, 몸무게가 7kg이 넘고, 20분 이상 고개를 가눌 수 있으면 시작하라고 권하는데, 우리 아기는 교정일로 치면 남들보다 2주 늦고 몸무게도 6.8kg 정도였기 때문에 5개월이 지나자마자 이유식을 시작한 건 좀 빠르다면 빠른 시작이었다.


이유식을 빨리 시작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일단 아기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설사를 하거나 문제가 될만한 장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없다. 아무래도 아빠의 소화 능력을 이어받았다 생각됐다. 또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밥 먹는 걸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가끔은 침까지 줄줄 흘렸다. 이유식을 거부할 수도 있으니 호기심이 있을 때 시작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


엄마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는 헛구역질 한번 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열심히 오물오물 입을 놀렸다. 물론 입에 들어가는 것 반, 오물거릴 때 새어 나오는 것 반이었지만 그래도 보람찬 장면. 더 재미있는 장면은 빨대컵으로 물을 줄 때인데, 쫍쫍 빨아올리는가 싶으면 금세 반 이상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거나 도로 물통으로 흘려낸다. 그러면서도 계속 열심히 쫍쫍대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이유식을 시작한 뒤 ‘분유 말고도 먹을게 많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린 아기. 부모님의 입에 뭔가 들어가기만 하면 눈이 동그래진다. 침도 줄줄. 녹색 탄산수병을 들이키는 아빠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빈 녹색 페트병을 줬다(물론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로 소독도 했다). 뚜껑을 한입 물어보더니 퉤퉤.. 뭐 이런 걸 신나서 물고 있었어?라는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는데, 부모님은 또 쓸데없이 심쿵하고야 말았다.]


쌀, 청경채, 소고기까지 먹여 보았는데 다행히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다. 소아과 선생님 말로는 아기는 아직 소화기관이 완전치 않기 때문에 성인의 알레르기와는 달리 평범한 음식에도 알레르기처럼 두드러기가 올라올 수 있다고. 한두 번으로는 반응이 오지 않을 수 있으니, 한 가지 종류의 이유식을 네 번 정도 먹여보고 반응을 살펴보면 좋다고 한다. 만약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설사 등 이상 반응이 있는 것 같거나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면 일단 그 종류의 이유식은 중단하라고.


소화기관도 아빠 닮아 튼튼한 딸. 설사 한번 안 하고 6개월을 향해 달려가 주고 있는 너에게 고마울 뿐이란다. 엄빠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날까지 건강한 식생활을 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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