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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an 13. 2020

[D+222] 내가 연기파 배우다, 과즙망과 함께라면

7개월 아기에게 과즙망을 주었더니..


7개월이 지나고, 2020년이 밝아 한국 나이로 두 살이 되어버린 아기. 새해를 맞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도전한 첫 번째 물건(?)은 바로 과즙망이었다.


과즙망이라고 해봐야 별 것 없다. 과일을 잘게 조각내 실리콘 망 안에 넣어준다. 적당히 레버를 돌려 과즙이 잘 나오게 고정시켜준 뒤, 아기에게 쥐어준다. 과즙망이 아니라 똥기저귀도 입으로 가져갈 나이이므로 아기는 당연히 과즙망을 입에 문다. 촵촵, 빨면 바로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어? 왜 이런 맛이?'라는 표정.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종이테이프 과자를 먹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기에게 과일을 슬슬 먹여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이유식을 잘 먹기 시작해 2단계로 바꾸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분유를 잘 먹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분유에 들어 있는 유산균 섭취가 줄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과즙이 장운동을 돕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과즙망을 먹여야 하는 것. 뭐 여건이 안 된다면 시중에서 파는 과일 퓨레를 사 먹이는 방법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과일을 통으로 잘라 주는 것은 매우 많이 반대. 아기가 무는 힘이 좋아져서 과일의 심지가 약하면 부러진다. 우리도 사과를 몇 번 쥐어줬다가 입에 덩어리가 들어가는 바람에 깜놀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넘기는 실력이 부족하므로, 자제하는 걸 추천.



그렇다면 아기에게는 

어떤 과일을 먹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블로그 불신에 빠진 나, 또 외국 사이트를 뒤지고.. babycenter.com에 있는 정보를 또 읽게 되었다. 이곳은 항상 느끼지만 참 정리가 깔끔하다. 웹사이트도 미국 답지 않게 깨끗. 아무튼 이곳에서 제공하는 아기 음식 먹이기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다. 원래 링크에는 과일뿐만 아니라 모든 feeding 정보가 담겨 있지만, 여기에는 과일 관련 정보만 옮긴다.


0~4개월 

모유나 분유만 먹어야 하는 시기. 과일은 안 된다.


4~6개월

고형식(solid food)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은 이렇다. 고개를 가눌 수 있고 하이체어에 똑바로 앉을 수 있을 것, 생후 몸무게의 두 배 이상이 되는 수준의 뚜렷한 체중 증가가 있고, 최소 몸무게가 5.8kg(13파운드) 이상일 것, 수저를 물고 입을 다물 수 있을 것, 입 앞쪽에서 뒤쪽으로 음식을 옮길 수 있을 것. (마지막 조건이 애매한데, 결국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먹일 수 있는 과일: 퓨레 형태의 사과, 바나나, 복숭아. (웹사이트에서는 추천했지만 사실 복숭아는 비추.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 아기에게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 팁
1. 안 먹으면 며칠 있다 다시 시도해봐라 
2. 한 번에 한 종류의 새 음식을 시도하고 2~3일간 유지할 것을 추천. 알레르기 반응을 살펴야 하므로.
3. 새 음식을 도전하는 순서는 보통 상관없다. 아기 진찰해주는 선생님과 상의해보는 것 추천.


6~8개월

퓨레 또는 고형 과일(바나나, 배, 사과소스, 복숭아, 아보카도)

티스푼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걸 추천


8~10개월

고형의 핑거 푸드를 시작하게 되는 시기. 엄지와 검지로 사물을 집을 수 있게 되고, 한 손에서 다른 한 손으로 물건을 옮길 수 있고, 죄다 입으로 가져가며, 턱으로 씹는 모습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으깬(갈아서 먹이면 되겠지요?) 바나나와 복숭아, 배, 아보카도를 시도할 수 있다.


10~12개월

음식을 보다 쉽게 삼킬 수 있고, 이가 많이 났으며, 혀로 음식을 입 밖으로 더이상 밀어내지 않게 되고, 숟가락을 쓸 수 있게 됨. 으깨거나 큐브로 자른 과일을 먹이길 추천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귤을 줬다는 게 함정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과즙망에서 시작해 으깬 과일, 큐브 과일 순으로 가라는 것. 오렌지, 키위, 파인애플처럼 신맛이 강한 과일도 아기에게는 천천히 시도하는 게 좋다. 그러나 우리는 7개월 아기에게 귤을 까서 줬다는 게 함정(;;;). 그 결과가 위 그림이다. 신맛의 세계를 겪어버린 아기는 오만상 십만상을 썼다. 그러나 조금 있다 다시 입에 가져가 보더니 잘 먹더라. 생각해보면 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7개월부터 턱을 이용해서 씹는 모습을 흉내 냈으니, 역시 먹천재답다. 물론 아직 유치가 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먹성은 아빠 닮은 것 같다. 큰일이다(?). 아니 과일을 좋아하는 건 엄마 닮았나? 아무래도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일찍부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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