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타는 8개월 아기 보셨나요
처음엔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혹은 몸이 불편하거나. 이유 없이 몸을 꿈틀대니까.
음력 설날 연휴였던 1월 23일, 우리 가족은 본가에서 저녁을 먹고 인근의 한 호텔에서 묵었다. 본가에 아기 물건이 많이 없어 잠만 호텔에서 자고 다시 집으로 가기로 해서다. 24일 아침, 체크아웃을 준비하려 아기를 잠시 침대 위에 눕혔다.
아빠는 너무 조용한 것이 싫어 음악을 틀었다. 요즘 핫하다는 tones and I의 dance monkey. 에,에- 에,에- 하는 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비트가 흘러나온 순간 아빠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기가 까딱까딱 고개를 흔드는가 싶더니 머리와 몸통을 번갈아가며 꿀렁대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아기가 토하려는 줄 알고 당황해 일으켰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설마... 그럴리가 없었다. '아 내가 진짜 팔푼이 부모가 다 됐구나. 8개월 아기가 리듬을 탄다고?'
아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악을 다시 틀었다. 이럴수가. 아기는 정확히 '싸비(라고 쓰면 안 됩니다. 후렴입니다)' 부분에서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아빠는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니 춤사위는 더욱 거칠어졌다(?). 누워서 뿐만 아니라 앉아서도 까딱까딱. 비트가 있거나 리듬감이 있는 소리만 들리면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심지어 엄마가 피리를 불어줘도 신나서 까딱까딱. 느린 박자에는 반응이 없다 적당히 빠른 속도의 음악이 나오면 또 까딱까딱. 황당한 모습에 본가 처가 할 것 없이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고야 말았다.
아기 부모님은 "아무래도 동요보다 재즈와 영국 음악을 많이 들려준 덕이다. 갓난아기 때도 콜드플레이 음악만 들으면 울다가도 그쳤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확인된 것은 없다. 아기만이 진실을 알 뿐.
2017년 한 연구에서는 '6~9개월 아기는 경쾌한 음악이 나올 때 같은 인종의 사진을, 슬픈 음악이 나올 땐 다른 인종의 사진을 바라본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유아의 인종 인식에 대해 알아보려는 이상한(?) 연구였지만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아기가 '경쾌한 음악'과 '슬픈 음악'의 구분을 해내고 있다는 점. 여러 글을 보면 10개월된 아기는 음악을 기억하고 즐거워할 능력이 있다는 게 정설.
그렇다면 춤을 추는 동작을 하는 이유는? 이건 아기가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따라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8개월을 넘어 9, 10개월에 들어서는 아기는 기억력이 생기는데다 가장 많이 접하는 부모님의 행동을 모방하기 시작하기 때문. 결국 아기의 둠칫둠칫 리듬타기는 부모님의 리듬타기를 흉내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몹, 몹쓸 동작을 가르쳐주었나;;
어쨌든 아기가 음악도 알아듣고 부모님을 잘 모방하고 있다는 건 기쁜 소식. 또 그러면서 아기도 부모님도 너무 재미있어한다는 점도 기쁜 소식. 앞으로도 이렇게 사람같은(?) 모습을 엄마 아빠에게 하나씩 선보여줄 예정인 것도 기쁜 소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