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묶인 돈은 침묵한다

회사원이 본 부동산과 자본시장의 갈림길에서

by 회사원 나부랭이

1. 부동산과 주식 사이에서, 저는 묻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집 안 사면 진짜 바보래.”
“대출받아도 그냥 잡아야지.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잖아.”
요즘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 보면, 이런 대화가 참 자주 오갑니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집값은 떨어지기보다 오르는 쪽이 익숙했고,
어느 순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데 성공해야 하는 것’이 돼버렸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 돈, 기업에 넣어봐. 거기선 숨을 쉬지.”
그 말에 저는 멈칫했습니다.
내가 버는 돈은 지금 어디에 묶여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돈은 지금 나를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에서 이 글은 시작되었습니다.




2. 부동산 규제에서 자본시장 유도로 정책이 전환되었습니다


한동안 정부 정책은 부동산 억제에 방점을 찍고 있었습니다.
1 가구 1 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세제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에게는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를 중과해 강하게 조이곤 했죠.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집은 거주 수단이지, 투기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자본은 생각보다 유연합니다.
규제는 생기면 피하는 법을 찾아냅니다.
갭투자, 전세 끼고 매수, 법인 명의 투자, 분양권 전매…
집은 여전히 ‘가격이 오를 자산’으로 여겨졌고, 돈은 부동산으로 계속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톤이 달라졌습니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것은, 딱히 돈을 넣을 만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마냥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주식시장’입니다.


“부동산은 이제 인정하되,
그 자본이 기업과 산업으로 가게 하자.
그래야 자금도 돌고, 경제도 돈다.”




3. 자본은 '흐를 때'만 살아 있습니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자본은 투자될 때에만 부를 창출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한 원칙입니다.

자본은 움직여야 생산을 만들고,
생산은 고용과 임금을 만들며,
결국 다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릅니다.
아파트를 보유한 순간, 그 돈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장을 세우지도, 연구개발을 하지도, 누구를 고용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기대심리’로 가격이 오를 뿐입니다.
그래서 부동산은 흔히 ‘고정 자산’, 또는 ‘정적 자본(static capital)’이라고 불립니다.


반대로 기업에 들어간 자본
신제품을 만들고, 인력을 채용하고, 해외에 수출하며
경제 전체를 움직이게 합니다.


같은 10억 원이라도,
아파트에 넣으면 고요해지고
기업에 넣으면 활동을 시작합니다.




4. 고여 있는 자본이 만든 불균형


2020년부터 이어진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정책은
시장에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습니다.
그 돈이 향한 곳은 바로 부동산이었습니다.

영끌, 빚투, 갭투자…
전세 제도까지 활용하며 레버리지를 키운 자본은
집을 자산이자 도박판처럼 바꿔 놓았습니다.


그 결과,

수도권 아파트는 단기간에 2배 이상 상승했고,

실수요자는 집을 살 수 없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전세 사기, 깡통 전세, 역전세난 같은 부작용이 터져 나왔고,

서민은 더더욱 무리한 대출과 대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드디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단순 억제가 아닌 ‘돈의 흐름’을 디자인하는 방향으로요.




5. 이제는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의 시대로


정부는 이제 주식시장에 자본이 흘러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 주식 투자로 얻은 배당금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줍니다.

· 자사주 소각과 ESG 경영 장려: 기업이 주주가치에 신경 쓰도록 유도합니다.

· 연기금과 퇴직연금의 주식시장 비중 확대: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 기반을 마련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주식시장을 띄우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생산과 투자가 가능한 곳에 자본이 흘러들게 하여
경제 전체가 살아나게 하려는 구조적 설계입니다.



6. 저는 이제 제 돈을 숨 쉬게 하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을 늘릴 때도, 사업을 키울 때도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자금의 근원이 누군가의 투자입니다.
그리고 그 투자금이 바로 제가 살 수 있는 주식 한 주일 수 있습니다.


20억 아파트는 아직도 멀고,
대출로 사서 갚는 것도 막막하지만,
기업에 투자할 저의 1,000만 원은
배당으로 50만 원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겠지요.

그리고 전 느끼겠죠.
아, 내 돈이 숨을 쉬고 있구나.




마무리하며....

침묵하는 자본이 아닌, 성장하는 자본으로


자본은 흐를 때에만 생명을 얻습니다.
고여 있는 자본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결국 개인의 삶도 조여옵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가진 돈을

어디에 묶어둘 것인가.


땅에 묶인 자본은 침묵합니다.

기업에 들어간 자본은 성장합니다.

저는 회사원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생활인으로서,
성장하는 자본의 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돈이,
누군가의 고용과 미래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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