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첫사랑과 이혼했습니다

by 도라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2살, 5학년 때이다.




'똑똑'

"이거 먹으면서 놀아."

오빠가 내민 것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마른 오징어가 담긴 접시다.


오빠의 여동생은 내 친구였고,. 친구방에서 곧 생리를 시작할 것을 대비해 생리대를 종류별로 놓고 물컵에 담가보는 진지한 실험 중이었다. 가슴에 몽글한 멍울이 잡히는 시기가 된 우리는 스스로 여자라는 성숙한 착각을 했다. 그리도 곧 초경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 은밀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방문 틈으로 들어 온 마른 오징어,

친구는 서둘러 받아 들고 오빠를 방문으로 밀어낸다.


그 순간, 2차 성장을 준비하던 진지한 찰나에 끼어든 그는 나에게 그대로 각인되었다.

'다정한 남자'




처음에는 '나에게도 다정한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언니만 셋인 나는 기센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힘든 막내의 삶을 살고 있었던 터다.

다정한 오빠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초경 이후에 '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었지만, 초경이 오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때면, 소식이 있기를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미 오랜 시간 준비가 되어있었다.

얼굴에 여드름이 없는 것도 부끄러웠다. 이마를 문지르는 행동은 습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따뜻하고 몽글한 느낌이 무언가 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고, 수업 중이었지만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직접 확인을 한 후, 화장실에서 나와 거울 속 나를 보았다.

'이제 나도 여자가 되었다.‘ 그때는 그랬다.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사랑을 시작할 때였다.

내 첫사랑은 무조건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나는 같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였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사람과 하교 시간은 달랐지만, 등교 시간은 비슷해 왕왕 같은 버스에서 마주치곤 했다.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나이다.

그래서인지 버스 손잡이를 잡은 그 손만 기억에 또렷하다.




초경, 그 시절에 각인된 한 남자.

혼자 짝사랑하던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인 된 나는 고백을 했고, 우리는 그 나이에 맞는 풋풋한 만남을 시작했다.

나는 그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해야 했다. 첫사랑과 생애 끝까지 사랑을 맺는 것, 단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었던 시절이었다. 낭만이 있던 시절 아니던가.


이런저런 시간을 지나 우리는 다소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그리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감동과 즐거움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멀어졌다.




그 사람은 가장으로서 커진 책임만큼 가정 안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그 그늘에서 고단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손을 놓고 앞서 걸어가는 그 사람,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그 사람,

그 모든 것이 가장 많이 희생하는 본인의 권리라고 생각했을까?

그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고. 우리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의 말을 따르면, 모든 것은 순조로웠지만 우리의 일상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춘기의 아이들도 육아를 끝낸 나도, 우리는 각각의 사생활을 원했다.


나는 따로, 그리고 같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나도 있고, 너도 있고, 그렇게 우리가 되고 싶었고, 아이들을 각자의 삶으로 잘 보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자식과 멀어지고, 배우자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쌓으려 했다.

늘 아이들과 함께해야 했던 것들로부터 부부의 시간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30여 년의 연애를 끝냈다.


30여 년의 시간, 그리고 두 아이.

나쁘지 않은 연애였다고 생각한다.

이혼 이후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불행을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


여자가 되던 그 시절에 나에게 각인되었던 '다정한 남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결국 첫사랑을 못 잊고 이혼을 한 꼴인가?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내가 이혼을 했다고 하면, 그 이유를 궁금해 한다.

용기내 직접 묻는 사람도 있고, 애써 궁금증을 감추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하는 이유는 너무 뻔한데, 이혼하는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라서 그렇겠지 싶다.


나도 분명, 절대 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데, 시간을 흘려보낸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한 두시간 풀어낼 사연이랄 게 없다.

결국 ‘사랑’, 결혼한 이유와 같다.

사랑의 시작에 결혼이 있고, 그 끝에 이혼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든다.

사랑했고, 심장의 한 조각씩 나누어 가졌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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