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에 놓인 바다

사시미(さしみ), 스시(寿司) 그리고 사시미동(刺身丼)

by 오스칼

일본의 사시미는 우리의 회와 닮았다. 일본 요리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먹었던 기록들이 있기에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닮은 요리이다. 사실 회라고 하는 것은 인류의 탄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저 멀리 석기시대 채집과 수렵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오던 인류에게 불로 구워 먹지 않는 이상 날 것 그대로 섭취했을 테니 말이다. 날 음식을 먹는 것은 아시아에서 주로 보이는 식습관인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회 사랑은 유별나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생선을 익혀 먹는 것이 발달했고 이웃 나라 중국만 하더라도 회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다. 우리는 회라고 부르는 사시미가 일본 요리로 인식되는 것은 일본이 생선을 많이 소비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일본 요리가 알려졌을 때 사시미, 스시 등 날 생선 요리가 고급화를 통한 건강한 인식을 주는 요리로 보이는 것도 있다. 사시미는 일본 요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요리라고만 볼 수 없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시대부터 날 생선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활어회를 주로 먹는데 반해 일본은 숙성회(선어회)를 즐긴다. 숙성회를 선어회라고도 하는데 숙성한다고 해서 죽은 생선을 숙성한다기보다는 생선 껍질과 뼈를 발라낸 덩어리 형태로 숙성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회로 내어 놓는 것을 선어회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이 방식으로 사시미를 먹는다. 우리는 잡은 즉시 회를 떠서 먹기에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신선한 회를 내어 놓는지로 수준을 평가한다. 사시미(さしみ)에서 사시(さし)는 일본어 사스(刺す)에서 왔는데 이는 찌르다는 뜻이다. 잘라먹는 건데 왜 찌르는지는 의견이 있지만 생선을 바늘로 꿰어 보관해서 이렇다는 설이 있다. 일본에서 사시미를 숙성해서 쫀득한 맛을 주로 즐기는데 간장,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시미는 흰 살 생선, 붉은 살 생선, 조개류, 해삼, 새우류 등 종류를 나누지만 써는 방법에 의해서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썬 사시미는 무채 위에 올려서 한 폭의 그림처럼 모양을 만들어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사시미를 밥알 위에 올리고 손으로 쥐어 뭉쳐 내놓으면 스시가 된다. 우리가 초밥이라고 부르는 스시는 밥과 함께 먹는 간단하면서도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식사가 된다. 스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본의 중심지는 도쿄를 위시한 관동 지방이지만 또 하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이다. 오사카에서 유래한 오시즈시(押しずし)와 도쿄에서 발달해 지금 스시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 니기리스시(握り寿司)이다. 오시즈시는 일본어 오스(押す)에서 유래했는데 오스는 누르다는 뜻이다. 틀에 밥과 생선 등을 넣고 눌러서 만든 스시를 뜻한다. 밥을 식초로 발효시키고 위에 생선을 올리고 쥔 스시는 에도 시대 엄청난 유행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간단하게 먹고 갈 수 있는 음식으로 에도(현재 도쿄)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쥔 밥(しゃり)에 생선이나 새우 등 재료(ネタ)를 올려서 먹는데 길거리 가판에서 포장마차 같은 형식으로 팔기 시작한 것으로 지금으로 따지면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발효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길었지만 갈수록 짧아지게 되고 현재의 맛을 유지하게 되었다.


손으로 쥐어서 한 입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스시라면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사시미를 올린 사시미동은 일본의 덮밥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고급진 음식이다. 일본의 덮밥은 우리와는 다르게 밥 위에 올린 고명을 섞지 않고 떠먹는 형태로 먹는 형식으로 사시미동은 밥 위에 사시미를 올려서 밥과 떠먹을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회덮밥이라고 하면 밥, 활어회를 간 마늘, 김, 참기름, 초고추장 등과 비벼서 먹는 건데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 사시미보다는 두껍게 썰어서 밥과 함께 먹을 때 식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위에 올리고 간장, 와사비와 초생강, 락쿄 등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입 안에 감도는 신선함이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사시미는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횟감용 생선을 구입하여 집에서 사시미 칼로 썰어서 먹어도 되고, 배달로 신선한 횟감을 얻어 사용할 수도 있다. 나는 생선 중에서 연어(사케(さけ), 鮭)를 제일 좋아해서 마트에서 횟감용 연어를 자주 애용했다. 연어의 뱃살 부분을 사서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사시미 칼을 이용해 자주 먹었다. 회 뜨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회칼을 사용해서 나름 최대한 일정한 두께로 썰어 담았다. 사시미 그대로 내기도 하고 식초, 설탕으로 간한 밥에 사시미를 올려 스시를 만들기도 하고 그릇에 담아 사시미동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간장에 와사비를 섞어서 사시미를 찍어 먹고, 락쿄나 초생강(베니쇼가, 紅生姜)으로 입가심을 하고 술 한 잔을 계속 반복하면 어느새 입 안에는 춤추는 바다가 한가득이다.



<만들어 본 사시미, 스시, 사시미동>

연어 스시 모듬
연어 스시 모듬


연어 사시미


연어 사시미


참치 타다키


연어 사시미 동(사케동)





연어 사시미 동(사케동)


연어 사시미 동(사케동)















<손이 즐거운 레시피>

(재료)

횟감용 생선(연어), 간장, 와사비, 락쿄, 초생강, 쌀밥, 식초, 설탕, 소금


(순서)

1. 횟감용 생선을 회칼을 사용해 일정한 두께로 먹기 좋게 자른다.

2. 쌀밥에 식초와 설탕에 소금을 약간 넣은 단촛물로 초밥을 만든다.

3. 스시를 만들 때는 주먹을 쥐어 만든 밥(샤리) 위에 와사비를 살짝 바른다.

4. 밥(샤리) 위에 재료를 올리고 살짝 쥐어 만든다.

5. 사시미동을 만들 때는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사시미를 잘 올린다.

6. 간장과 와사비를 섞은 장에 찍어 먹는다.

7. 락쿄나 초생강(베니쇼가)으로 입가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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