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소리가 즐거운 여름 별미

메밀 냉소바(冷そば, ざるそば)

by 오스칼

요리를 유독 좋아하는 내가 처음 메밀 소바를 만난 것은 꽤 커서라고 기억한다. 차가운 면으로는 할머니가 해주시던 비빔국수와 쫄면, 그리고 시판되는 비빔면 밖에 몰랐던 나에게 메밀 소바와의 만남은 차가우면서 톡톡 끊기는 면발에 간장 소스의 짠맛으로 맛을 낸 독특한 요리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유학할 때 메밀 소바가 차가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개할 메밀 소바는 냉소바로 더운 여름날에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소바로서 자루소바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루(ざる)는 넓적한 대나무 소쿠리 같은 걸로 거기에 차가운 소바면을 담아주기 때문이다. 소바는 메밀로 만들어낸 국수로 일본에서는 메밀로 만든 면 요리를 모두 소바라고 지칭하고 소바 자체가 메밀이 되기도 한다. 삶은 소바를 찬물에 헹구고 차가운 쯔유(간장 비슷한 소스)에 갈아 넣은 무, 쪽파 등을 넣고 찍어 먹는 것이 그 방법이다.


소바 유행의 시작은 일본 에도시대, 즉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의 일인자로 등극하고 에도(지금의 도쿄)에 도쿠가와막부를 설립한 시대로 올라간다. 일본의 음식 문화 하면 우리가 전라도식, 경상도식하는 것처럼 크게 보면 두 가지 문화가 존재한다. 물론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 문화가 있기에 굳이 나누자면 두 가지의 메인 스트림이라는 소리이다. 하나는 오사카, 교토를 중심으로 한 관서(간사이) 지방 요리이고, 다른 하나는 에도를 중심으로 한 관동(간토) 지방 요리이다. 예로부터 간사이 지방은 일본의 중심이었고, 천황과 귀족들이 살던 곳이었으며, 무로마치 막부가 있던 곳이었다. 그에 반해 에도는 새롭게 개발되던 곳이었기에 격식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간사이의 격조 있는 가이세키 요리보다는 간단하고 손쉽게,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유행하였다. 실용적인 요리가 강조된 이유는 당시 에도에는 무가 정권이 들어서고 그곳에 일을 하러 지방에서 올라온 사무라이, 남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생겨난 음식이 바로 포장마차(야타이) 음식으로 우리가 잘 아는 초밥(스시) 또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이때 소바가 유행하였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바를 보고 있으면 그 단출함에 놀라게 된다. 삶은 다음 찬물에 헹구어 차갑게 한 메밀 면에 가다랭이포와 간장으로 만든 소스, 갈아낸 무, 다진 쪽파가 전부이다. 소바는 메밀가루만 가지고 만들기에는 찰기가 없기 때문에 밀가루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온전히 메밀가루만 넣고 만든 것을 쥬와리 소바(十割そば)('쥬'가 일본어에서는 10)라고 하며, 메밀 80%에 밀가루 20%를 섞어서 만든 것을 니하치 소바(二八そば)('니'가 일본어에서는 2, '하치'가 8)라고 부른다.


차갑게 먹는 소바를 냉소바, 자루소바라고 하는데 면을 담을 대나무 소쿠리가 없어서 나는 집에 흔히 있는 김밥 말이를 대용으로 사용했다. 면을 삶을 때에는 국수도 그렇지만 한번 끓어오르면 찬물을 한 컵 정도 붓고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 삶는다. 그리고 면을 체에 걸려서 얼음물이나 찬물에 헹궈낸다. 보통 국수면은 밀가루의 전분기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다소 빨래하는 듯이 헹궈내지만 메밀 면은 특성상 그렇게 찰기가 많지는 않으니 세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그릇에 담고, 쯔유 소스는 가다랑이 포와 간장, 물을 졸여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스 만드는 것이 귀찮고 쉽지 않다면 시판으로 나와 있는 쯔유 소스도 얼마든지 있기에 물을 적당량 섞어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매운맛으로 짠맛을 잡기 위해 무를 갈아서 같이 내고, 쪽파도 송송 썰어서 내면 된다. 기호에 따라서 고추냉이(와사비)를 추가하기도 한다.


그렇게 소스에 찍어서 후루룩 먹으면 시원한 맛에 여름밤의 더위가 한결 가시게 된다. 소바 집에서는 대개 튀김을 같이 곁들여 먹는데 소바의 부족한 영양분과 찬 것만 먹는 것에 대해 따뜻한 것을 찾게 되는 습성이라 튀김, 소위 덴푸라를 같이 먹는다. 나는 당면을 넣은 김말이 튀김을 좋아해 김말이 튀김을 만들어서 같이 먹었다. 이 소바를 뜨근하게 먹고 싶다면 육수를 내서 튀김, 김 등을 고명으로 올려 즐기면 메밀 온소바가 되어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즐기지 않지만 일본은 우동처럼 익숙한 요리이다. 구성을 할 때 메밀 소바만 즐기기보다는 튀김이 옆에 있어야 제대로 된 소바 한 상이 된다.



<만들어 본 메밀 소바>

소바와 김말이 튀김
소바와 쯔유









메밀 온소바
메밀 온소바
















<손이 즐거운 레시피>

(재료)

메밀 면, 물, 가다랑이 포, 김, 간장, 얼음, 쪽파, 무


(순서)

1. 물에 가다랑이 포, 간장을 넣고 끓여 소스(쯔유)를 만든다.

2. 소스를 졸인 후에 식힌다.

3. 끓는 물에 메밀 면을 넣고 삶는다.

4. 삶는 도중에 한 번 끓어오르면 찬물을 한 컵 정도 붓는다.

5. 다시 끓어오르면 잠시 기다리다가 불을 끄고 체에 붓는다.

6. 찬물 혹은 얼음물에 메밀 면을 넣고 헹군다.

7. 자루(대나무 소쿠리)에 메밀 면을 담는다.

8. 메밀 면 위에 잘게 썬 김 등으로 고명을 한다.

9. 쯔유 소스에 송송 썬 쪽파, 간 무, 고추냉이를 담아 같이 낸다.

10. 소바에 소스를 부어 먹거나 소스에 찍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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