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건축 현장을 찾았다. 11월로 진입해 초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날씨는 요즘 계속 쾌청했지만 점점 아침 기온이 내려가서 공사하는데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골조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햇살이 가득한 나날이었기에 잠시 접어두었다. 퇴근하고 가는 길은 나중에 집이 지어지면 계속 다닐 출퇴근 길이었는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보다 출퇴근 시간이 10여 분씩 늘어나서 좋은 건 아니었다. 특히 러시아워가 되면 더 늘어지는 차량 불빛이 기다림에 지친 불나방처럼 보였다. 현장에 도착해서 본 집은 골조가 2층 천장, 즉 다락까지 완성된 형태였다. 2층의 야외 중앙 데크의 모습도 드러나있었다. 이제는 완연히 형태가 알아볼 수 있게 된 1층과 2층을 한번 둘러보고 다락까지 올라가 봤다. 2층 사이드 데크에서는 보이지 않은 풍광이 다락에 올라와보니 탁 트여서 동네 주변이 잘 보였다. 도심 전원주택 단지로 형성된 마을이기에 주변에는 전부 이런 집들만 있어서 높은 건물은 없었기에 하늘이 더욱 가까이 있는 듯했다. 지붕이 올라가면 창문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두 눈에 더 오래도록 담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온 현장이었기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궁금한 점은 건축가에게 문의해서 피드백을 받고 가족들에게도 SNS로 보내서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렇게 골조공사가 중단 없이 온 것은 연일 좋았던 날씨 덕분이었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이후 2~3일 비가 간간히 내리긴 했지만 그 이후 2층까지 골조를 올리는데 비 내린 날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마지막 콘크리트 타설 작업으로 지붕만 남았는데, 지붕 타설을 하는 기간에 비 소식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날씨 상황이 심하지 않아서 그리 많은 비가 아니길 빌 뿐이었다.
하지만 비는 예상과 다르게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화창하고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날이었기에 일기 예보에 평일 내내 날씨가 '비'라고 되어 있어도 설마 내리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어두컴컴하고 비에 바람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도저히 작업을 이어갈 수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건축사가 SNS로 현장 사진을 보내줬는데 공사가 진행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후에 잠깐 개긴 했어도 하루 내내 비가 내렸다. 그렇게 하루가 사라지고 화요일이 되었다. 화요일도 역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비가 내리다 그치다 했다는 것이지만 연락을 해보니 아침에 목공팀이 지붕 거푸집 작업을 위해 올라갔다가 위험해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날이 이러니 작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비로 인해 작업이 안되니 1층 전기 입선 작업을 한다고 했다. 집 공사하기 전에는 주말에 날씨가 좋고 평일은 어찌 되었든 상관없었지만 공사를 시작하니 주말에 날씨가 안 좋고 평일은 날씨가 좋기만 바랬다. 최소한 목요일까지 날씨가 이런 상태일 텐데 이러면 공사 기간이 더 늦춰지는 셈이 되니 걱정이 앞섰다. 조급하면 안 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람 마음이었다.
금요일 아침은 햇살이 얼굴을 내밀어서 공사 재개의 기지개를 켰다. 오전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점심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오후 공사는 지지부진하게 끝이 났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주말은 날이 맑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주도 날씨가 내내 화창할 예정이었다. 주말에 거푸집 설치 마무리를 하고 철근 배근과 전기 설비 작업 등을 하고 타설은 주말 지나서 이루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붕은 박공 형태로 경사져있고 뻐꾸기 창이라고 불리는 다락 창이 2개 있어서 거푸집 설치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간이 벽체 타설보다 긴 데다가 날씨로 인해 일주일 정도 공사 연기가 된 셈이었다.
11월 15일 월요일 아침 8시에 드디어 지붕 콘크리트 타설이 시작되었다. 2층까지 올린 다음 지붕을 올리기까지 2주가 걸린 것이다. 양생 하는 기간을 따진다면 넉넉한 시간은 아니어도 날씨가 좋을 때에 올려야 하는 현장 작업상 다소 늦은 공사라고 할 수 있었다. SNS로 보내온 사진을 보니 콘크리트 타설이 된 지붕이 보였다. 현장에 직접 오래간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요일 퇴근 후에 현장에 가서 직접 내부를 둘러봤다. 다락으로 올라가니 거푸집에 기둥을 덧대어 양생을 하고 있었는데 층고가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 가운데는 일단 내가 서도 될 정도여서 단열 시공을 한 이후에도 꽤 높은 층고가 될 듯했다. 아이가 놀 다락의 규모도 넓어서 충분한 사이즈가 나왔다. 다락이지만 하나의 방처럼 넓은 면적이 나오고 남쪽과 북쪽으로 뻐꾸기 창이 나있어서 완성되면 좋은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마음 졸였던 지붕까지 타설하고 나니 이제 공사의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 들었다.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지만 앞으로 창호, 단열, 외벽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순조롭게 되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