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을 5단계로 나눈다면 골조 공사, 창호 공사, 단열 공사, 외부 마감 공사,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되겠다. 그 처음과 끝에는 터파기와 정리가 있고 전선 인입, 가스 설비, 상하수도 설치 등 세세한 공정이 있지만 크게 나눈다면 대체적으로 이렇게 순서가 된다. 한 달여의 골조 공사가 끝나서 드디어 1층, 2층, 다락, 지붕까지 완성이 되었다. 지붕을 올릴 때 비 오는 날이 4일 연속되어 공사가 잠시 멈추고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무사히 끝나고 지붕 방수와 조인트 공사까지 마무리되었다.
그다음 창호와 단열 공사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이 있었다. 창호 틀은 외부를 검은색으로 변경해서 기본 하얀색으로 할 때보다는 필름 시공 때문에 공사비가 11% 올라갔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약간 녹색 빛이 감도는 것으로 해서 그린-투명 유리로 시공했다. 대개 무난하게 그린-투명으로 시공을 많이 한다고 했다. 틀은 알루미늄 말고 PVC로 했는데 이는 가격과 단열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3중 로이 유리를 하지 않고 2중 유리를 시공했는데 설계할 때부터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단열과 열 손실의 이유로 3중 로이 유리를 하려다가 우리가 짓고 있는 집이 도심에 있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건축사의 조언으로 22mm 복층 유리로 시공했다. 또한 현관문과 지붕 징크 색상도 결정해야 해서 샘플을 보고 결정했다. 발주 넣기 전에 연락이 와서 나와 아내, 어머니는 SNS로 연락하면서 자료를 공유하고 뭐가 나은지 의논했다. 이런 논의는 공사가 들어가기 전에 디테일하게 정하면 좋겠지만 그런 공사 방식이 아니어서 중간중간에 발주를 넣기 전에 책정한 비용 안에서 디자인 선택을 했다. 현관문은 샘플 중에서 회색 계열로 정하고, 지붕 징크는 검은색보다는 푸른빛이 도는 블루진으로 정했다. 외벽인 스타코 플렉스도 색을 정해야 해서 흰색-검은색 조합으로 가기로 했다.
11월 22일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월요일이었지만 내려간 기온으로 눈이 살짝 섞여서 내리는 비에 공사가 어쩔지 염려되었다. 물어보니 콘크리트 골조의 표면에 흠이 있는 것을 메꾸는 표면 보강 공사가 들어간다고 했다. 수요일 밤에 매립할 무인 택배함을 가지고 간 김에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깜깜한 어둠 속 공사현장에서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보는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흠이 발견되었다. 1층 계단 밑에 안쪽 공간의 벽체 마감, 1층과 2층의 화장실 문틀과 벽체 마감, 계단 벽 마감, 화장실 벽 울림 등 구조상 문제는 없겠지만 깔끔하지 못한 처리가 보여서 건축사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한눈에 봐도 매끄럽게 마감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을 찾아내고 이를 말하고 확인하고 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글로만 배운 지식의 한계가 있어서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그래도 물어보고 확인하면 될 일이니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며 해결했다. 그런 부분은 건축주가 건축 지식이 많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빠른 피드백이 있기에 큰 스트레스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무인 택배함 자리는 생각보다 크기가 큰 택배함으로 인해 계단 밑 공간을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벽돌로 메꿔서 외단열을 할 때 가렸다.
어느덧 11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날씨는 겨울로 성큼 들어섰지만 창호 공사가 이제 시작되었다. 집 창문 곳곳에 창호 틀이 껴지고 창호와 벽체 사이에는 틈새가 있는데 이를 잘 메꾸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결로가 안 생기고 창호가 뒤틀리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유리는 일단 외벽 마감 후 작업 발판이 치워져야 가능해서 당장은 할 수 없었다. 외벽은 스타코 플렉스로 마감하기로 했기에 외단열 작업부터 했다. 두꺼운 단열재를 콘크리트 벽에 붙이는 작업이 끝나면 매쉬(그물망)와 몰탈(시멘트 반죽)을 바르고 스타코플렉스 시공하는 순서였다. 날씨가 계속 추워지는데 이 영향에서 그나마 벗어나려면 현재로서는 창호, 외벽, 지붕 공사가 무사히 끝나야 했다. 일요일에 어머니를 모시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외벽 단열재 부착이 마무리되고 있었고 다락 지붕 안쪽에도 단열재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다락에 환한 빛이 가득해서 이대로 공사가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12월의 첫날이 되자마자 이제 겨울이라는 듯 아침부터 눈발이 날렸다. 흩뿌리는 게 아니라 제법 내리는 것처럼 오전 내내 내렸다. 외벽 단열은 끝나고 내부 바닥 단열을 하는 날이어서 큰 걱정은 없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방문해보니 작업자 2명이 1층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1층 바닥은 굉장히 두꺼운 125mm 단열재를 사용했다. 인사드리고 간식을 놓고 온 다음에 2층에 올라가니 30mm 단열재가 깔려있었다. 아직은 유리 설치가 안되어 창호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왔는데 유리창은 다음 주에 부착할 듯했다. 수요일에 바닥 단열재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목요일에는 온수 열선을 깔았다. 거실과 방은 구불구불 촘촘하게 열선을 깔고 화장실과 다용도실에도 열선을 깔았다. 화장실과 다용도실 바닥에도 열선 시공을 한 이유는 주택이기 때문에 외풍이 아파트보다는 심해서 열선을 깔아놓으면 그래도 훈기가 돌기 때문이다. 금요일에는 바닥 미장을 하는 방통 공사가 이루어졌다. 방통을 하니 매끈한 바닥면이 드러나면서 기대감이 더욱 생겼다.
주말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현장을 방문했다. 저번에 함께 왔을 때와는 다르게 창문과 문이 단열재나 비닐로 막혀있었다. 내부 방통 공사한 것이 잘 마르고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 막아 놓은 듯했다. 공사는 이제 2달을 지나 3달째에 접어들었다. 겨울이지만 눈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단열재 매쉬 보드 보강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수요일에 외벽을 마감하는 스타코 플렉스 작업이 있었지만 양생으로 인해 연기되었다.
스타코 플렉스 하기 전 외관
스타코 플렉스(stuc-o-flex)는 무난한 가격대인 스타코의 업그레이드 자재로 가격은 더 비쌌지만 기존 스타코의 단점이었던 크렉(갈라짐)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재료였다. 목조 주택의 뒤틀림이나 콘크리트 주택의 균열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 스타코로 외벽 시공을 하면 크렉이 생길 수 있었고 이건 눈물자국과 함께 대표적인 스타코의 결점이었다. 그걸 보완한 제품이 스타코 플렉스였다. 탄성이 있기에 그렇다고 하는데 몇 년 뒤면 탄성이 빠진다는 말이 있어서 지켜봐야 했다. 스타코 플렉스는 깔끔하면서 심플하고 모던한 외벽을 잘 나타내는 자재로 사랑받지만 한 겨울 공사에는 잘 마르지 않는 애로사항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햇살과 기온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외벽 자재는 워낙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파벽돌, 세라믹 사이딩, 스타코 플렉스를 많이 한다. 이를 섞어서 쓰기도 하는데 파벽돌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벽돌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많이 사용된다. 벽돌로 조적 해서 외벽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튼튼하고 오래가는 장점이 있지만 시공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적공 인건비가 다소 많이 든다. 세라믹 사이딩은 보수할 필요성이 거의 없고 오염이 씻겨 내려가는 장점이 있지만 다소 비싸서 가격대가 있다. 그래서 유지 보수에 신경 쓰지 않고 외관의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보려면 벽돌로 조적 하던지 세라믹 사이딩이 나은 선택이긴 하다.
방통 후 보일러 열선
목요일부터 지붕 징크 자재 반입과 시공이 이루어져서 그럴듯한 집의 외관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지붕 자재는 박공 형태로 본다면 요즘 많이 사용하는 징크와 스패니시 기와, 아스팔트 슁글 등이 있다. 징크는 아연으로 된 금속재인데 가격대가 상당히 비싸서 건축 자재로는 컬러강판, 리얼징크 등으로 불리는 합성 자재를 사용한다. 부식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서 요즘 많은 전원주택이나 단독 주택에 사용된다. 스패니시 기와는 유럽 감성을 보이는 독특한 느낌의 자재인데 국내 생산이 안돼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꽤 나간다. 아스팔트 슁글은 이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사용하지만 내구성이 10년~20년이기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집의 형태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RC구조 공법에서는 지붕이 박공 형태 말고도 옥상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는 방수처리를 확실히 해주어야 했다.
날씨가 좋을 때 공사에 매진하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하자로 돌아올지 안 올진 두고 볼 일이었다. 꼼꼼하게 시공한 만큼 하자 없이 제대로 된 집의 기능을 처음부터 잘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벽 단열은 본래 석고보드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외벽에 맞닿는 내벽 같은 경우는 단열 보강을 위해서 얇은 단열재를 넣는 것이 어떻냐는 연락이 건축사로부터 왔다. 그래서 30mm짜리 비드 단열을 하려고 했는데 두께로 인해 잃어버리는 면적이 있어서 10mm짜리 아이소핑크로 하기로 했다. 아이소핑크는 분홍색 단열재로 얇지만 폴리스티렌을 압축하여 만들어 강도가 세고 단단한 자재로 습기에 강한 장점이 있지만 꼼꼼하게 이음새를 처리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하자가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50만 원 정도 드는 비용이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니 아이소핑크 대신에 20mm 단열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아이소핑크를 하면 합판을 대고 해서 결국 사이즈 너비 문제가 있어서 단열재를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안방에 이미 들어올 가구 사이즈가 있었기 때문에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
12월 14일, 그렇게 춥지 않은 겨울 날씨 속에서 드디어 스타코 플렉스 시공에 들어갔다. 외벽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 후 스타코 플렉스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드라이비트는 화재로 인한 문제점이 부각되는 공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외단열에 쓰이는 스티로폼 단열재 때문에 그런 것으로 불연성 소재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 스타코 플렉스는 미국 정품이 아니라 가성비를 생각해 국내 정품 KS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사용했다. 스타코 플렉스와 기능면에서 차이가 없는 제품이었다. 주택 윗부분은 흰색 계열, 아랫부분은 검은색 계열로 칠하는데 먼저 흰색부터 칠하고 하부 검은색은 시공이 끝나갈 때 칠하기로 했다. 공사가 계속되는데 미리 칠해놓으면 나중에 오염물질이 튀거나 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뿜칠과 미장에 대해 궁금해서 질문했는데 외벽에 뿜칠보다는 바르는 것이 더욱 두텁게 할 수 있어서 뿜칠 대신 미장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흰색이 채워진 외관을 보니 어느 정도는 모양새가 나오는 듯했다. 하부는 먹색을 칠하기로 했는데 계속 공사가 진행되어 오염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공사 막바지에 시공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 영하의 날씨가 연일 계속되던 29일에 드디어 창호 시공이 끝났다. 거실, 방, 다용도실, 화장실, 다락 등 각 구역마다 크기가 제각각인 창문이 끼워지고 나니 외관은 거의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창문 걸쇠나 시건장치가 공사 중이기 때문에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보니 어느 정도는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부 작업이 인테리어까지는 한참 남아있어서 멋진 외관이 되어 갈수록 추운 날씨 속에서 많은 인력들이 고생하고 있었다.
창호 유리가 설치된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