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잠을 청했던 숙소는 아담한 호텔이었지만 오래되면서도 정갈하고 깨끗한 호텔이고 사람들도 너무 친절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숙소이다. 방 내부는 좁지 않고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모든 면에서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전날 늦게 잤지만 새벽 일찍 벌룬 투어가 있었기에 다들 6시 전에 일어나 준비하고 1층 식당으로 내려와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었다. 그래도 촉촉한 스크램블, 구운 빵,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 간한 오이 샐러드 등으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열기구에서 노출될 추위에 대비해 완전 무장을 한 채로 호텔 앞에 모였다. 이미 우리처럼 투어 신청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여러 명이 보였다. 한국이나 동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오직 우리밖에 없었다.
봉고차를 타고 벌룬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넓은 공터에는 수많은 벌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난생처음 보는 크기의 열기구 벌룬이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도 처음 보는 풍경에 신기해했다. 처음 벌룬 투어를 신청하기 전에 너무 나이가 어리면 신청이 안된다고 해서 그땐 한 명은 아이를 보고 두 명만 갔다 오는 식으로 이틀에 걸쳐 보자고 했는데 어제 물어봤을 때 같이 탈 수 있다 하여 다행이었다. 어머니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터키 여행을 간다 하니 이 열기구를 꼭 타보고 싶어 하셨다. 굉장히 유명한 투어고 인생에서 다신 못할 경험이기에 원하셨고 우리도 해보고 싶었기에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날은 이미 완전히 밝아지고 비도 내리지 않아 투어 하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세상 처음 보는 풍경
비수기라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붐비지 않아서 여유 있게 열기구에 탑승했다.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열기구 속에 오르니 아직은 떠오른 것에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이도 열기구에 타는 것에 어리둥절할 뿐 아직은 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안에는 우리 외에 대여섯 명이 더 탈 수 있는 꽤 큰 열기구였다. 이윽고 점점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벌룬들이 우리와 함께 오르고 있었다. 다들 처음 보는 풍경에 감탄사만 연발했다. 전혀 보지 못했던 기암괴석이 즐비한 이 대지를 이렇게 열기구를 타고 올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점점 더 오르더니 밑에 있는 자동차들이 까만 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편이 아니라서 멀리 보이긴 하나 다소 흐린 아침이었지만 경탄할 만한 경치였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푸른빛 가득한 날씨에 오르면 아마 감동은 더해지리라 생각되었다. 아이는 키가 작아서 구경을 하려면 올려 보여주었다. 주변 경치보다는 열기구 타는 것에 재미를 느낀 듯했다.
카파도키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스타워즈의 팬인 나에게 촬영지로서 였다. 그래서 꼭 와보고 싶은 여행지였는데 이렇게 열기구를 타고 둘러보는데 비경 속에서 꼭 영화 인물들이 나와 움직일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러한 기암괴석은 약 300만 년 전에 화산, 지진 활동 등으로 응회암이 뒤덮게 되고 오랜 풍화작용으로 이러한 지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수료 메달을 들고 자랑
1시간 정도 돌아보고 천천히 열기구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내려올 때도 재미가 있었는데 엎어지는 식으로 열기구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다들 정신 차려야 했다. 다소 질퍽한 들판으로 쓰러지듯 넘어진 열기구에서 하나둘씩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곳에는 조촐한 축하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샴페인을 터트리고 다들 여행을 기념했다. 아이는 오렌지주스로 기쁨을 표현했다. 방명록에도 왔다감을 적고 간단한 다과를 즐겼다. 수료 메달도 하나씩 줬는데 아직도 집에 걸려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다들 출출했는지 1층 식당으로 가서 다시 조식을 먹었다. 빵, 달걀, 요구르트, 샐러드를 든든히 먹고 진하게 우린 홍차도 한 잔 했다. 호텔 방에 돌아오니 과일 바구니와 아이에게 주는 작은 기념 선물도 있었다.
오후에는 직접 카파도키아를 걸어보기로 했다. 괴레메 시내에서 카파도키아는 바로 옆이라 트래킹으로 둘러보기 충분했다. 숙소에서 나와 시내를 걷는데 거리에 가판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각종 채소, 과일, 향신료, 조각상, 오일, 곡물 등이 가득 찬 가판대가 이어진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카파도키아 쪽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가 계속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우리를 부르는 거겠어하고 신경 안 쓰고 계속 걸어가는데 다소 숨 찬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그래서 뒤돌아보니 어떤 아저씨가 손에 곶감을 쥐고 우리를 따라오셨던 것이다. 이유는 바로 아이에게 곶감을 주고 싶으셔서 계속 뒤에서 부르고 좇아오신 거라 나와 아내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했고, 어머니는 예전 시골 장 생각난다며 이 나라 사람들의 아이 사랑에 놀라워하셨다.
몇 분 걸어가니 카파도키아가 나왔다. 직접 눈으로 본 그 거대하고 장엄하면서 표현하기 힘든 풍경은 사진으로 아무리 찍어도 그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다. 단순히 자연물로만 남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이 살았었고 인간의 역사가 있었기에 감동은 배가 되었다. 안에 들어가면 방, 부엌, 기도실, 교회 등 형태가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각종 벽화들은 물론이고 요리를 해서 그을음이 일어난 곳도 있었다. 기암괴석을 구성하는 응회암은 화산재가 굳어진 것이기에 날카로운 도구를 가지면 충분히 굴을 팔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의 박해를 피해 온 크리스트교인들이 처음에 살면서 교회, 납골당, 부엌, 집무실, 성채 등을 만들게 되었고 인류의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지금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잠깐 휴게소에서 어른들은 터키 커피, 아이는 초콜릿으로 충전을 하고 세계문화유산 구역 외에도 엄청 크기 때문에 우린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숨겨진 공간을 찾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목마는 계속된다
아이도 미로 찾기처럼 얽히고설킨 공간을 돌아다니며 좋아했다. 특히 흙길을 걷거나 꽃, 풀, 나무 등을 보는 걸 좋아했기에 이 트래킹은 즐거워하면서 잘 걸어 다녔다. 그랜드캐년과는 다르게 천 년이 훌쩍 넘는 시간부터 인간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남겨진 모습,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가 사 준 초콜릿 과자가 없어졌다고 해서 나와 아내, 어머니는 찾았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내 패딩 모자에 숨겨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렇게 장난을 친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들 놀라며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보고 난 후 저녁시간이 되어 괴레메 시내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언제나 양고기는 시키고 피데도 주문했다. 그리고 별미인 항아리 카레도 주문했는데 활활 타는 불 위에 작은 항아리 옹기가 있었고 열어보니 카레가 끓고 있었다. 다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떠나는 게 아쉬워 괴레메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근처 언덕에 올라서 이곳 풍경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