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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Mar 28. 2018

말이 많은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저렇게 말이 많을 수 있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 놓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따른 호응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실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라 사람들 주변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갖고 훈수를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 얘기를 해도 상대방 또한 내 말이 별 관심이 없겠지 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굉장히 아끼는 편이다. 물론 단 둘이 만나거나, 친밀한 관계일 경우는 정말 마음 속 깊은 이야기부터 시시껄렁한 이야기까지 하는 편이지만, 웬만한 거리의 사람에게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얘길 하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다. 그들이 자기 얘기를 신나게 하면 난 적당히 호응한다. 사실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랄 때도 많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적당한 맥락을 찾아 내뱉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스토리 텔링을 함으로써 대화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결여된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들에게 주로 물음을 던지거나 의견을 묻는 편이고, 내가 얘기할 때 상대의 반응에 민감한 사람이라 그런지 눈치없이 주구장창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을 보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자기 혼자만 발언권을 독식한 사람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대화에는 핑퐁이 필수다. 서로에게 적당량의 물음과 대답을 해주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주변에 청자를 고려하지 않고 내뱉고 싶은대로, 내뱉고 싶은 만큼 말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기가 빨린다.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로봇이 아닌데 잠자코 듣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중간에 끊기는 왜 이리도 어려운지 눈치껏 1절만 하고 끝냈으면 좋겠다. 타고 나게 리액션이 좋은 편이라 상대방이 생각하기에는 내가 그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고 여겨서 더욱 신나게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말수가 많지 않은 사람이 더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유쾌하고 밝고 말 많은 사람도 어떤 측면에서는 좋지만, 나와 더 잘 맞는 사람은 차분하고 한 마디 말이라도 꾹꾹 눌러 말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특정 유형의 사람을 비난하고자 쓴 글은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는 몸서리치는 면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고, 나와 맞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매력이 없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사람의 장점 또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단지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특히 예민하고, 나의 성향과는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적어도 대화의 고삐를 쥐고 흔드는 사람보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더 많이 물어보고, 상대방의 일상에 더 관심을 가지고, 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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