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굥 May 01. 2018

부유하는 삶

여전히 뿌리없이 흔들리는 나날

30대에도 여전히 뿌리없이 흔들리고 있다. 아마도 난 죽을 때까지 쭈-욱,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임시의 삶'만 살게 될 것 같다.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여 깊게 뿌리내리는 삶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불안함의 원인을 이것에 돌릴 수 밖에 없다. 나는 단 한번도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어떤 것에든 오래 정착해 본적이 없으니까.

 

나는 대학교 때 서울에 있는 학교로 편입을 해서 2개의 학교에 다녔다. 조금 더 좋은 학교로 편입한 것은 기뻤지만, 둘 중 어느 학교에도 제대로 속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입학을 함께한 친구들과 졸업을 함께 하지 못했고, 졸업을 함께한 친구들과는 입학을 함께 하지 못했다. 1-2학년을 함께 다닌 동기들과는 편입을 하게 되자 조금씩 멀어져 갔고, 친한 친구 몇 명만이 곁에 남았다. 편입한 대학교에서는 나와 같이 편입을 한 친구와 몇 명의 선배들과 친했을 뿐 학교 내에서는 인간 관계를 크케 넓혀가지 못했다. 그 때부터 였을까? 뚜렷한 소속감이 없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을 때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도 몇 번 이사를 다닌 탓에 졸업할 때까지 총 3개의 학교를 다녔다. 나는 원래부터 잦은 변화를 겪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 나가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걸까.


사회에 나와서도 '뿌리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직을 너무 자주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처음 들어 간 회사에서 3개월 만에 이직을 했다. 취준생 때 면접을 본 다른 회사에서 적합한 포지션에 자리가 났다고 갑자기 나를 채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다니던 회사보다 약간 더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이직을 한 회사에 1년정도 일하고 나서, 협력사의 소개로 또 조금 더 나은 회사로 옮길 수 있게 됐다. 그 이후에도 나에게 좀 더 맞는 일을 찾고자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심지어는 해외까지 가서 일하고 난리 부르스였다.    


나는 여전히 부유하고 있다. 새롭게 터를 잡은 직장에서 이제 일한지 겨우 4개월인데, 업무에 적응하기도 버겁고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혼자 다 받아서 약을 달고 사는 중이다. 이런 고통이 어딘가에 뿌리내리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이런 종류의 일도 좋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긴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골골거리는 내 자신을 보면서 급기야는 회사 생활은 오래 못 해먹겠다라는 결론에까지 다다랐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며 사는 약간은 안정되어 보이는 친구들의 삶이 부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다. 부유하는 지금의 나, 그리고 여전히 부유할 미래의 나. 이렇게 흘러 흘러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당장 목적지에 다다를 생각은 없으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이라도 할 요량에 이정표라도 잘 세워놔야 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이 많은 사람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