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남과 나를 비교하고, 열등감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때로 열등감은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데 좋은 연료가 되지만, 적정선을 조금만 넘어도 나 자신 하찮은 존재로, 나의 인생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전락시킨다.
3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서른 살을 0원으로 맞이한 대가로, 기간 내에 목표하는 금액을 모으기 위해서는 월급의 60% 이상을 모아야 했다. 이와 동시에 연애를 시작했다. 있는 돈, 없는 돈 펑펑 썼던 20대와는 달리 쪼들리는 30대의 연애라니. 그도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스타일이라 서로 유용할 수 있는 돈이 한정된 상황에서 때로는 비싼 밥 먹고 값비싼 문화 생활을 즐기는 누군가들이 부러웠다.
왜 그는 나에게 이것밖에 못 해줄까?
이렇게 생각하면 불행하다. 왜 나의 행복을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왜 남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고, 그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가.
어차피 나는 나의 삶, 지금 이 순간밖에 살지 못한다. 누구를 부러워하고, 무엇을 갈망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남과 비교할 수록 불만은 고조된다. 어차피 안되는 거, 못 하는 거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의 삶을 받아 들이는 연습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와 함께 여름 휴가 계획을 짜는데, 성수기라 그런지 방 하나 잡는데도 기본 20-30만원을 육박했다. 가난뱅이인 나는 부담감이 앞서 굳이 이 시기에 여행을 가야하나 싶었지만, 어떻게 저떻게 저렴한 숙소를 구해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방 예약도 하고, 대략 어디갈지 착착 정해지니 기분이 좋아졌다. 욕심 안 부리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니 꽤나 만족스럽게 여행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완벽을 꽤나 지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늘 "이상 선"을 정해놓는 편인데, 이것이 오늘 날의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들어 왔다. 일과 연애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도 "이정도는 해야지 만족할 수 있어"라고 과도한 욕심을 부려왔다. 사실 욕심을 만족스럽게 채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 욕심이 언젠가 채워질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언제가 될까? 늘 갈망만 하며 살 수는 없다. 내 자신을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 나에게 와준 이 순간을 사랑하는 것. 말뿐이 아니라 행복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