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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ul 21. 2019

30대 연애,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 한 사랑

끝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던 연애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끝나 버렸고, 연애 끝자락의 기억이 그리 좋지도 못했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 또한 변할 것 같지 않았지만 30대의 연애는 20대의 연애와는 확연히 다르다. "사랑하는 데 왜 이것밖에 못 해줘?"라는 투정을 부리지 않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과 그가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가능한 선에서 있는 힘껏 사랑해주었다. 물론 상대방은 나의 사랑이 부족해 보이고, 좀 더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표현해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다.


퇴근 후, 금요일 밤부터 그의 집으로 찾아가 주말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건강이 걱정되어 각종 약과 필요한 물건을 챙겨주고

내 기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을 '그의 의도는 그게 아닐 거야'하면서 좋게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주길 바라는 그에게 이전에는 자존심 세우며 하지 못했던 사죄를 하기 시작하고

서운함을 토로하는 그에게 내 입장을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까 봐 꾹꾹 눌러 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지 못 한 응어리가 쌓인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지새우고  

그가 필요한 것들을 사러 함께 쇼핑을 가고

그닥 내 취향이 아닌 예능과 드라마를 함께 보며 그를 따라 웃고

요리를 해달라는 그의 말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반찬을 하고, 국을 끓이고

무뚝뚝 해 보이는 모습에도 먼저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은 모두 사랑해서였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당최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그에게 내가 널 위해 해왔던 것들을 구구절절 나열하며 나의 사랑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날 말해봐야 무슨 소용일까. 그래 봤자 난 미안하다, 감사하다 표현 잘 못 하는 사람, 명령조로 부려먹는 사람, 본인이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같이 안 해주는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늘 나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함께 하며 아무리 정신 승리로 이겨내 보려 해도 외로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온 마음으로 사랑할 에너지를 점점 잃어갔다. 더 사랑하고 싶어 발버둥 쳤으나, 나의 사랑은 그에게 흡수되지 못한 채 튕겨 나가기만 했다.


그가 나에게 부족함을 토로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을 것이다. 첫 번째는 본인의 희생과 사랑은 너무 큰데, 상대방의 마음은 너무 작아 보여서. 두 번째는 본인이 원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어서. 종합해 보자면, 결론은 하나다.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하나 둘 아쉬운 부분이 생기고 아쉬운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줬으면 좋겠고. 땅바닥에 발 딛고 있는, 실수도 하고 넘어지는 나약한 한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허황된 이상을 사랑하고 있던 그였다.    


반면, 나는 믿었다. 비록 차가운 말과 행동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고 눈물짓게 할 때도 있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고 믿었다. 본래 유약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표현이 서툴 뿐이라고.


연애의 끝은 비록 허망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이 된 것 같아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내 맘대로 '사랑의 모양'을 정해놓고 이런 모양이 아니라면 사랑이 아니라며 떼쓰지 않는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나의 조합이 내가 생각했던 그 모양과는 다를지라도 그것 또한 사랑이다. 나의 잣대에 기대어 상대방을 오만하게 판단하고 낙인찍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사랑하는 한 끝없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해야 하고 좋은 면이 발현되기를 응원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서툴지라고, 부족했을지라도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나 자신보다는 둘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겼던 기억들은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 어딘가에 남아 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좋은 거 나쁜 거 모두 고이고이 모아 잘 추스르자. 지금 이 순간에는 나를 다독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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