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브랜드 디자이너 최병주
나의 생애 주기가 클래스101이 맞았던 것 뿐이에요.
저도 10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살 수는 없어요. 지칠거니까.
열심히 몰입하고 싶을 때가 있고, 충전하고 싶은 시기가 있을 텐데
그 시기를 나 스스로 잘 정리해보니
지금 몰입의 시기니까 몰입할 수 있는 조직에 도전을 한거죠.
화창한 주말 오후, 단발머리의 초롱초롱한 눈빛의 병주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월요일이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기대되죠, 궁금한 회사도 없어요. 지금이 딱 좋아요. 이거면 직장인으로서 최고 아닌가요?" 프리랜서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아온 병주님이 이렇게까지 조직에 만족한다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어요. 어떤 형태로 일하든 내 안의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은 일에 진심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구나라고요.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건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거였죠. 판 크리에이터즈(Pan-Creators)를 이끌어온 프리랜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클래스101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하루하루 충실히 자기의 역할의 집을 짓고 있는 병주님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볼까요?
좋은 클라이언트들이 있었어요. 오래 프리랜서를 하다 보니까 큰 회사의 클라이언트들이 있었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거죠. '내가 잘 가고 있나?' 어떤 프리랜서들은 클라이언트의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다 수행해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결과적으로 한 꼭지를 계속 가져오는 거죠. 예술이라고 하는 디자인 영역이 있으니까 알고 싶은 거예요. 내가 한 결과물에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은데 그걸 내가 요구할 수 없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이클을 한번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조직에서 내 연차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저 또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어요.
우연히 지인을 통해 팀 리더와 커피챗을 했어요. 그 전에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 회사 인지도 잘 몰랐죠. 커피챗을 하면서 리더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어요. 조직 경험도 있고, 프리랜서의 경험도 있으셨어요. 그분이 제가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쌓아온 것들을 들으시더니 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사실 그 고민이 정말 제가 하고 있던 고민이었던 거죠. 그때 느낀 거죠. ‘조직에서 같이 일 할 리드가 내 고민을 알고 있는 건 엄청나게 중요하겠다’라고요. 리드가 내 고민을 모르면 '쟤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하면서 모든 행동이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근데 리드가 내 고민을 알고 있으면 제가 이해가 되잖아요. 클래스 101에 대해 잘 몰랐지만 리드가 저의 고민을 이해해 준다는 사실이 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 정식 프로세스를 통해서 이제 기회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죠.
클래스 101은 되게 욕망에 솔직한 곳이에요. 그래서 저랑 잘 맞아요. 한 가지 예로 슬랙에 이런 말이 떠요. ‘우리는 주말이라고 미안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보통 주말에 동료에게 연락하면 '주말인데 미안해'라고 시작하잖아요. 근데 이곳에서는 주말에 미안할 필요 없이 연락해도 되는 문화가 있어요. 주말도 없이 일하는 문화가 포인트가 아니라 묻는 사람이 미안해서 일 얘기를 못하는 문화가 없다는 거죠. 또 다른 예로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갈 거다. 그러니까 힘들 거다.'라는 것을 명시화 시켜놔요. 기업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놓는 거죠. 어떤 사람은 싫어할 수 있지만 저는 되게 좋았어요. 스타업은 '이상'을 향해 가는데 그 과정까지 가기 전까지는 당연히 현재를 희생해서 회사를 성장을 시키는 거고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거버넌스가 되게 합의가 돼야 되는 거예요.
*가버넌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클래스101 다니다가 잠깐 이직을 했었어요. 한 3개월 정도. 이직을 했던 이유는 관리자의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요. 조직에서 성장을 할지 다시 프리랜서로 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인데 조직을 경험해보기 위해 왔는데 결국 조직 내에서 성장을 한다라는 건 관리자로서 가는 방향인 거잖아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작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관리랑 또 자기 작업은 되게 다른 영역이고 그리고 관리자가 했을 때 안 행복할 수도 있잖아요. 작업을 하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요.
그 경험을 해보려면 관리자가 돼보는 경험이 있어야 되는데 보니까 연차가 스타트업에 비해서 많아도 관리자를 할 수 없어요. 그럼 나는 그 테스트를 언제 하지? 저의 인생에서 전환점으로 삼는 포인트가 있잖아요. ’ 내가 몇 년 안에는 결정을 하리라’ 네 근데 그 결정 안에 내가 관리자가 될 수 없었어요. 커리어패스에서 ‘내가 조직에서 계속 성장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판단하고 싶었고 그 마침 찰나에 이제 타회사로 이직을 했죠.
제가 돌아온 이유는 나의 생애 주기가 클래스101이 맞았던 것뿐이에요. 저도 10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살 수는 없어요. 지칠거니까. 근데 생애 주기를 위해서 내가 열심히 몰입하고 싶을 때가 있을 거고 그 몰입을 다 했으니 다시 충전하고 싶은 시기가 있을 텐데 그 시기를 내가 나 스스로 잘 정리해보니 지금 나는 몰입의 시기니까 몰입할 수 있는 회사로 온 거죠. 그러다가 지금 더 달리면 안 되겠구나 싶을 때 빠르게 내 상태를 파악해서 조금 덜 액티브한 곳에 가서 또 잠깐 나를 돌아보고요. 그런 것들이 또 어느 순간 나의 성장에 있어서 약간 불안하다 싶을 때 다시 도전하고 그러니까 이거를 생애 주기를 위해서 왔다 갔다 하는 거고 결국 다시 돌아온 것은 내 생애 주기와 회사의 생애 주기가 맞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그 회사가 나쁜 게 아니죠. 맞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 회사가 고객한테 주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표현한 모든 것을 만드는 사람이 브랜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회사마다 다 키 컬러라는 게 있고 그 회사가 만든 폰트가 있고 회사가 만든 그래픽 결과물들이 있잖아요. 그럼 그걸 봤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우리 브랜드가 생각나게 만드는 거예요. 어떤 매체를 통해서 우리의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우리 같은 느낌’을 계속 갖게 해주는 모든 활동이죠.
프리랜서였을 때는 저 다운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많이 묻어나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이요. 제가 많이 묻어나고 그것이 시장에서 먹혀서 비즈니스까지 연결되는 디자인 하고 싶어요. 조직에서 결국 조직이 원하는 디자인을 해주고 싶은 거죠. 근데 디자이너로서 창업자로서 납득될 수 있는 디자인의 산출물이어야 하지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디자이너들 안에서 인정할 수 있고 멋진 산출물을 내고 싶다고 해도 그게 비즈니스에 도움이 안 되면 결국 문제 해결을 한 건 아니잖아요.
크리에이터들과 '세상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어요. 해왔던 프로젝트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크리에이터들과의 직접 프로젝트 또 하나는 교육 프로젝트를 했어요. 대부분 소셜 프로젝트들이었고요. 판크리에이터즈를 이끌어오며 느꼈던 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크리에이터들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더 나은 행동을 제안할 때 논리가 정말 중요하지만 감화력이 없는 논리는 금방 잊히게 되고 또 다른 폭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불편한 진실을 부드럽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방식에 확신을 느꼈어요.
나머지 한 가지는 지속가능성이에요. 그래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지속 가능한가?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했어요. 지원을 받게 되면 제약이 생기게 되는데, 그 제약이 제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캐시카우와 프로젝트를 구분했어요. 돈은 외주 작업을 통해 벌고 그 수익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 100% 현금이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방식은 제가 생각한 지속가능성이 아니었어요.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수록 지속가능성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두 가지를 분리하니 어느 한 부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실망감까지 오더라고요 제가 비즈니스를 잘 몰랐었어서 촘촘하게 설계하지 못했던 거죠.
저는 되게 루틴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어서 되게 행복하지만 슬프거든요. 10년째 일상이 늘 똑같아요. 해외에 가도 저는 다른 지역에 안 가고 항상 갔던 곳만 가요. 왜냐하면 거기 주변에 데일리로 헬스를 어디에 끊을 수 있는지 다 아니까. 똑같은 숙소만 가고...(웃음) 와이프랑 결혼할 때도 신혼여행 갈 때도 이제 저는 헬스장에 있는 데를 가고 싶어 했죠. 아침에 운동하고 일과 끝나고 저녁 공부하고. 이거를 무조건 지키는 거예요. 10년 동안 불행했지만 그걸 지킴으로써 감사하게 저는 그것에 대한 보상은 다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 삶의 태도에 대한 보상을 받았어요. 10년 동안 지켜온 루틴들이 저를 지켜온 거죠.
어떤 선택을 하던,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있다고 생각해요. 1년,5년,10년 뒤 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 생각해보고, 미래에 그 모습이 되려면 지금부터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