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말고, 내가 아프다구요.
펜션에서 있었던 작을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침 6시에 전화기 진동이
다급하게 울려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오는 연락이
보통 반갑지는 않은데,
무언가 다급해보이는
기운이 진동 소리에도 느껴졌습니다.
엄마, 아빠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영업해왔던
촉이 작동하였는지,
지금 급한 건이니
전화를 받으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화 주신 엄마의 목소리가
상당히 다급했으나,
한편으로는 밤 새 한숨도 못 잤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없었습니다.
아가가 아파서 한숨도 못 주무셨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가가 아프면 엄마는
아예 잠을 자질 못할텐데.
자도 자는게 아니었을거고,
잠은 자는데 꿈을 계속 꾸었을거야.
젖병을 찾아헤메거나, 열을 재는 꿈,
갑자기 열이 올라 깜짝 놀라는 꿈.
우리도 그러다 깨서 다시 열을 쟀을 때
해열제가 잘 맞아서 열이 내리는걸
확인하고 나면 밤새 괴롭힌 아가가
대견하고 또 고맙기도 했었지.”
그러나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엄마는 임신 중이었으며,
엄마가 감기 걸려 밤새 아팠던 것이었습니다.
임신 중에는 약도 신중하게 먹어야합니다.
많은 엄마들은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참으면 괜찮아질거라며 버팁니다.
혹시라도 감기약이 아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서 그렇습니다.
음식을 잘 못 먹고,
배탈이 나도 구토를 하고 말지
절대 약을 먹지 않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아이를 열 달을 품습니다.
밤 새 얼마나 아프셨길래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으실까.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차분히 말씀하시는걸 들으니,
이렇게 강한 엄마 안에서 자라는
아이의 행복한 미래가 그려져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침에 전화한 이유는
우리집이 아빠, 엄마가 함께 오는 예약만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엄마가 아파서 도저히 못가는 상황이 되었으니,
아빠와 첫째 딸만 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전화였습니다.
부녀만의 여행이 안되면 포기하고
남편이 출근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집의 일도 아니고,
저도 갑자기 6시에 일어나서 너무 졸린데도,
마음이 울컥울컥했습니다.
엄마는 자기 몸이 아픈데 자기 걱정이 아니라
가족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아파서 못가게 되었으니,
바쁜 와중에 휴가를 겨우 낸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며칠 째 여행가기만을 기대했던
첫째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이 엄마만의 마음일까요.
엄마도 엄마가 아니었을 때는
어디 아프다고 눕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걱정해주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 편히 쉬었을겁니다.
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남자친구의 걱정과
그가 가져다 준 각종의 내 기호식품이
쌓였을겁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나는 그저 내 몸만 걱정하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 받고
내가 제일 소중한 존재였었습니다.
이제 엄마인 내가 아프니
아픈게 미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누가 미안해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남편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도와주는데도
왜 엄마는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걸까요.
게다가 엄마는 임신 중이어서
여행이 아닌 입원을 해야하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모처럼 휴가를 낸 아빠와 여행을 기다린 딸 때문에
엄마가 아픈 것이 미안해야하는 상황이
참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대견하기도 하였습니다.
엄마는 얼른 입원을 하시고,
아빠는 딸과 둘 만의 여행을 와도
저희는 당연히 상관없지만,
그래도 임산부인 엄마가 아프니
오늘 휴가 내신 김에 아빠가 엄마 곁을 지키는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가족이 알아서 선택할 일이지만
엄마가 아프면 그 통증과, 두려움과,
미안함에 혼란스러워하실 수도 있어서
나름의 의견을 드리고,
펜션 예약은 신경쓰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임신한 엄마의 몸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데,
그 까짓 펜션 예약 때문에 신경쓰실 필요는 없고,
부녀간 여행을 오시든 날짜를 변경하시든
원하시는대로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지금은 못 도와주네.
우리 남편이, 우리 딸이 도와줘서 고마워.”
서로 미안해하지 말고,
서로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자신의 아픔보다는
가족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대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다음번에는 아픈 엄마의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