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꽃을 선물 받으면 좋아할까
무용하지만 기쁜 일들
친구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여 꽃다발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플라워 클래스를 몇 개월 다닌 자신감으로 굉장히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였지만 엉성한 결과물로 인해 미안함을 남겼다. 학원에서 배울 때는 쉬웠는데 직접 디자인하고 꽃을 골라 구입하고 포장까지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친구도 아니고 친구 아들 졸업식이니 더 잘해 주고 싶었는데 아이의 기억에 남을 사진에 꽃다발은 엉성하였고 머리와 손은 다르게 움직였다. 특히, 축하할 일이 있는 날에 준비하는 꽃다발은 기왕이면 보기 좋고 화려한 것이 낫다. 어떤 면에서는 작은 선물보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다발이 받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왜 꽃을 선물 받으면 좋아할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꽃집에서 쑥스러움을 견디며 꽃을 골랐을 남자친구의 마음이 고마워서 라고 한다. 과연 사람들은 왜 꽃을 선물하는 것인지, 언제부터 고백을 할 때에는 꽃다발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인지 궁금하다.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자. 아주 옛날에 댕기머리를 한 소년이 연심을 전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행동은 무엇일까. 요즘처럼, 문자 메세지를 남기기도 어려웠을 테고 호화로운 레스토랑에 갈수도 없으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꺾어 들풀에 엮어 귀한 소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만들어 주던 것은 아니었을까. 꽃은 아름다우니까.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들이 꽃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는 증거가 있다.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 내부에는 마른 꽃다발이 발견되었다. 무려 이천 년 전에 신에게 바쳐지는 귀한 물건 중 하나로 선택된 꽃 다발은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에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꽃은 의미를 담기에 좋은 선물이다. 꽃에는 꽃말이 있어서 빨간 튤립은 사랑의 고백, 고상한 라넌큘러스는 당신은 매력적입니다, 노오란 프리지아는 영원한 우정이라는 뜻이 선물하면서 마음을 건네기에 좋다. 꽃말 속에는 편지를 대신하는 진심이 담기게 된다. 선물로서 보았을 때 꽃다발은 비교적 비싼 편이다. 오래 간직 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보통 열흘 정도면 시들어 버려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운명이니 차라리, 다른 걸 사주지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용하다 느끼는 게지. 하지만, 꽃은 시들기 때문에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스르륵 사라져 버리긴 해도 꽃다발을 받는 순간만큼은 꽃과 함께 빛나는 가치를 전해 주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무용하지만 기쁜 일들이 많다. 식물을 키우는 것도 그다지 재미 있는 일은 아니지만, 기쁨을 준다. 딱히 담을 건 없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동전 지갑을 구매 하는 것도 그렇다. 전시회에서 쓰지도 않을 엽서 한두장 을 사는 것도 그렇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이천 원짜리 청소도구 하나 사들고 행복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