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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Sep 13. 2023

65. 성공과 출세가 무서운 이유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성공과 출세의 함정.


당연히 유명해지고 싶지 돈 많이 벌고 싶지. 안 그렇다고 하면 위선이고 내숭밖에 더 되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건 무서운 것.


얼굴이 팔리고 사생활과 신원이 노출되고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고 뭐 그런 건 염려 안한다. 요즘은 연예인도 자기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냥 일반인 취급을 받는 세상인데. 일개 글쟁이가 그런 걸 왜 걱정하나.

내가 걱정하는 건.

유명인으로서의 의무, 같은 것에 대한 것. 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것. 어딘가에 불려다니고 북토크라는 명분 하에 개최되는 행사에 참석해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제시하고 영감을 주고.....여러분이 당연히 기대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걸 해낼 자신이 없다. 그런 자질 자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없다. 가장 안 좋은 건, 내가 상냥하고 따스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싫어도 들키게 되는 것. 사회의 불건전함에 편승해 살면서 건전함의 덕목을 필요 이상으로 내세우는 사람들과는 그야말로 천적이다. 그쪽으로 봐서도 그리고 나로 봐서도 그렇다. 결코 온건하지 않고 건전하지 않고 과격한(그렇다 이게 정확한 표현)그리고 급진적인 내 사고방식, 인류애 따위 개나 주라는 (오염수 방류한 이 시국에 인류애 소리가 나와?) 시니칼함은 나 혼자 간직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공개적인 행사에서 내가 이런 사람임을 밝히고 망신당하고 나에 대한 기대로 충만했던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고 (분명 좋은 분일 거라 믿었는데 믿기는 개뿔).....그런 걸 상상하다 보면.


유명해지지 않아서 돈을 못 버는 건 아쉽다.

그런데 사실 아쉬운 건 돈을 못 버는 거 말고는 없다.

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책을 읽어 주길 원했다.

근데 요즘 들어 생각하니 독자의 수가 문제가 아니고, 내가 쓴 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세상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구나 싶어서. 생각보다 내가 지향하는 바는 비대중적인 영역 안에서도 극히 한정된 영역이라 널리 알려진다 한들 반응이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나니, 정말로 안 유명해져서 슬픈 건 돈을 못 버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성공 #출세 #유명세 #그것들의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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