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팩 더블 16)

Original

by Kalsavina

16. 유수연




“요즘 너네 새엄마, 꽤 자주 오네?”

순대국밥에서 순대를 건져 올리며 세복이가 물었다. 우리는 발안 어귀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우리의 보금자리, 세복이의 아늑한 아지트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혹시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 아니야?"

그 일이란, 진기를 기다리던 세복이를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한 학부형이 세복이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그날 연락을 받고 뛰어갔을 때는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박영민이 도착한 후, 그 일은 별다른 문제없이 해결되었다.

그날 이후 세복이는 더 이상 오복이에 진기를 태우지 않았다. 가끔 와서 진기와 놀아주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그나마도 세복이가 바빠진 덕에 그리 자주 오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새엄마 또한 자주 집에 다녀가시곤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닐 거야. 아마 그 성격에 알고도 모른 척 하실 분은 아니거든. 하지만 안다 해도 별 신경 안 쓰실 걸. 전혀 모르시는 것 같은데."

"흐음."

“진기 때문에 그러시지 뭐. 그래도 본인한테는 하나뿐인 아들이니까. 이제 나이가 들면서 아들을 챙기는 거겠지.”

“그런가.”

성대 결절로 인한 허스키한 보이스와 중성적인 바디의 실루엣, 살이라고는 없는 가파른 얼굴선 덕에 종종 남자라는 오해를 사긴 했지만, 눈을 내리깔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세복이의 얼굴은 언제 봐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저렇게 날렵한 입술선을 영화나 만화가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있다니, 나는 잠시 넋을 잃고 세복이의 입술을 쳐다보았다.

“만약 내가 아들이었다면, 우리 엄마는 날 안 버렸을까.”

딱히 대답을 요구한 질문이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잠시 얼어붙었다. 세복이의 엄마가 어떻게 세복이를 가지고 어떻게 집을 나갔으며, 세복이의 눈가에 생긴 상처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나는 알고 있었다. 박영민은 세복이에 관해 내가 알고 싶어 했던 것들을 숨김없이 내게 들려 주었다. 그러나, 그애 자신이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다는 말까지는 내게 하지 않았었다.

마침내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세복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해? 안 먹어? 아니면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이렇게 예쁜데.”

“뭐?”

“피부도 하얗고, 눈꼬리도 예쁘게 찢어졌고, 입술선도 예쁘고, 왼쪽 눈가의 그 흉터, 엄청 섹시해. 꼭 조각장식 같애. ”

세복이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네가 내 인형이라서, 매일 내 품에만 안고 다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한테 뺏기지 않게.”

“저기, 그거.....”

세복이가 말을 더듬는 걸 박영민이 보았다면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세복이가 허공으로 내던질 뻔한 숟가락을 얼른 잡아챘다.

“너 변태지?”

“아니야. 그런 뜻 아니야. 농담이었어. 얼른 먹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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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그날은 바람이 꽤 조용했다. 아마 봄이 서서히 되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귀곡성에 가까운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날, 나는 안도감 대신 번민과 불안에 휩싸인 채 자리에 누워야 했다. 옆에서는 세복이가 속옷만 입은 채로 담요를 둘둘 감고 내 쪽을 보며 누운 참이었다.

“아까 했던 말 말이야.”

“응?”

“내가 예쁘다고 한 거.”

“그건 진짜야. 넌 아마 몰랐겠지만.”

아마, 그래서, 처음 만난 날 그토록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세복이를 피하거나 떠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넌, 너야말로 네가 얼마나 예쁜지는 모르는 거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거울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에둘러 겸손을 가장할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는 질투와 시샘의 대상이었다. 등교길과 하교길 모두 짓궂은 남자아이들을 피해 일부러 먼 길을 빙빙 돌아 다니곤 했다. 겨울에는 목도리와 마스크로 얼굴을 숨기고 다니곤 했다.

그랬던 보람도 없이, 나는 예쁜 얼굴 때문에 도박판에 빠진 아버지의 빚담보로 사창가에 끌려가야 했고 강태석이라는 징그럽고 추잡한 짐승을 만나야 했다. 내게 있어 내 아름다운 얼굴은 저주였다.

이 얼굴이 망가진다면, 강태석으로부터 헤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그러나 여자로서의 본능이 그걸 거부했다. 그런 자로 인해 나의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건 정말 억울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새 가슴을 더듬는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나는 입고 있던 탱크탑 런닝을 끌어올려 내 가슴을 만지는 세복의 손을 잡았다. 손끝이 차고 축축했다.

“뭐하는 거야?”

“좀 만지면 안 돼?”

“안 되는 건 아닌데.....”

“억울하면 너도 내 거 만져. 그러면 되잖아.”

내가 난처해하는 동안 세복이는 내 가슴을, 둥근 유방을 손으로 둥글게 감싸듯 쥐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가슴이 작은 편이었지만, 내 가슴 사이즈를 확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듯, 그애는 천천히 내 가슴에서 손을 뺐다.

“너, 손이 많이 차다.”

나도 모르게 느낀 대로 말해 버리고 나니, 그 차가운 손을 더 이상 차게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세복이의 손을 살며시 들어 다시 내 가슴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러고 나니 내 손을 가만히 두기도 민망해서, 약간의 호기심을 앞세워 이번에는 나도 세복의 브래지어 속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다. 의외로 가슴이 컸다. 브래지어 위로 탄성이 강한 압박 브래지어를 한 겹 더 입어 가슴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압박 브래지어를 벗고 편안한 보통의 브래지어를 찬 상태였지만.

“네 가슴, 확실히 내 가슴보다 더 큰 것 같아.”

브래지어 사이즈가 얼마인지 물어보려던 찰나, 세복이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던 손을 빼서는 이번에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내 손을 잡았다.

“네 손은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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