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41. 박영민
사실은, 유수연을 사랑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다. 세복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그녀가 내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반드시 주위에 덫을 놓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덫을 피했지만, 여자인 세복이는 그 덫을 피해가지 못했었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하고 수연이 말했다.
"자신이 구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고. 그 사람을 자신이 구했다는 걸, 깨닫지도 못하면서."
모든 걸, 그녀에게 맡겨야 했다.
모든 힘든 짐을 그녀에게 떠맡겨야 했다.
모두 내 잘못이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세복이와 수연을 보살폈어야 마땅했다.
그걸 하질 못한 결과가 지금의 이 꼴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마약중독자로 만들고, 또 다른 여자를 살인자로 만들고.
소중한 사람의 죄를 자신의 품에 떠안았던 그 여자는, 이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누군가를 위해 노래하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이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태 몰랐었다.
왜 정아가 수연 언니 노래를 들어보라며 호들갑을 떠는지 몰랐었다.
흐느껴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아의 손을 잡고 수연은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돈을 받고 파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닌, 친구를 위로하는 다정한 사람의 노래를 들었다.
그 다정한 친구의 노래가 듣는 사람의 가슴을 갈가리 찢었다.
저만치에 서서, 노래하는 수연을 보며, 용태가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