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폭주
43. 유수연
세복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밤이 아마도, 세복이와 함께 하는 마지막 밤이 될 터였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 생이 끝나기 전에, 이런 사람을 만나서, 이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나 좀 봐."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시선을 피하는 세복이의 얼굴을 잡아 내 쪽으로 돌렸다.
세복이는 울고 있었다.
그애는 울어도 되지만, 나는 울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아키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는 세복이 누나가 불쌍하네요.
"너 나빠."
나는 짐짓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반한 함세복은, 우는 사람 아닌데?"
"......"
"언제나 까칠하고, 화 잘 내고, 피식피식 웃기 잘 하고, 잘 빈정거리고. 가끔 뚱한 표정 지을 때면 귀엽고."
세복이가 목으로 침을 삼켰다. 잠시 후, 그애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죽였어."
"......"
"네가 죽였다고 말했었지. 그래 맞아. 네가 죽였어. 네가, 유수연이 함세복을 죽인 거야."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 맞아."
"제발 그렇게 웃지 마!"
세복이가 소리쳤다.
더 이상 세복이를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냥 이대로 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때 문을 잠가 버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문이 세차게 열렸다.
44. 함세복
강태석을 자기가 죽인 거라고 말하라며 울부짖던 수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저히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침실 문을 열고 뛰어들어가 무작정 그 애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생각나는 대로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그래......뭐 어때......누구랑 결혼하든 알 게 뭐야......그런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니니까......제발......."
언젠가, 병원에서 그애한테 사랑한다고 했었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없다. 했다가는 날아갈 것 같아서.
역시,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말 따위는.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 이미 나의 나비는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